사외칼럼

[매경춘추] 지공대사?

입력 2022/08/1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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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창인 요즈음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하철 내부가 시원하고, 약속 시간을 정확히 지킬 수 있는 데다 공짜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 가운데 걷기에 불편만 없다면 비슷한 이유에서 지하철을 대부분 이용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하철과 가까운 음식점에 약속이 몰리고 있다.

나이가 들면 '환갑을 넘었느냐?' '지공대사냐 아니냐?'를 따진다. 여기서 말하는 지공대사(地空大師)란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어르신을 말한다. 정확히 만 65세가 되면 주민센터에서 제공하는 지하철 무료 승차권을 받는다. 필자도 7년 전에 파란색의 지하철 무임 이용권인 '서울특별시 어르신 교통카드'를 받았다.


불교계나 스님들은 왜 이런 의미의 신조어에 통칭 '승려'를 높여 이르는 뜻의 대사(大師)를 붙이느냐고 불만이겠지만, 어르신을 지칭하는 점잖은 표현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74년 8월 15일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서울역과 청량리를 잇는 서울지하철 종로선이 최초로 개통되었으나 현재는 거미줄처럼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 특히 지하철 개통 10년 만인 1984년 전두환 대통령의 노인 무료 선언에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지하철 무료 이용자가 늘어나자 주요 대도시가 지하철 운용에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무료 승차권의 타인 대여와 양도 불가 등을 비롯해 무임승차 대상이 아닌 자가 사용하는 경우 승차 구간 운임의 30배를 추징하고 해당 카드 발급자는 1년간 카드 발급과 사용이 제한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도시, 특히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은 만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인데 전체 무임승차 승객의 80% 가까이가 노인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은 노인복지법 등에 따른 국가 정책인 만큼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서울 등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는 지하철 무임승차 나이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처음부터 어르신들에게 무임승차가 아닌 지하철 요금 할인 정책을 썼으면 바람직하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과 함께 무임승차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

과연 어르신들이 즐겨 이용하는 시원한 지하철이 적자를 감수하고 이대로 달릴 수 있을까 걱정이다.

[김인규 한국장애인재활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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