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의 창] 그 많던 전공의는 어디로 갔나

입력 2022/08/12 00:05
전공의 수급 불균형 풀려면
낮은 의료수가 개선이 필요
온갖 일 시켰던 수련과정도
적절했는지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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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3000여 명의 전문의가 배출된다. 그중 흉부외과 전공의는 20여 명, 말 그대로 소수정예이다. 95% 정도가 4년의 수련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전문의가 된다. 전국에 1년차부터 4년차까지 모든 연차 전공의가 단 한 명씩이라도 있는 병원은 다섯 곳, 전국 흉부외과 수련병원의 전공의 보유율은 53%, 그러므로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 시스템은 수도권과 지방의 소수 병원을 제외하고는 이미 붕괴된 상태다. 필수의료의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가 없이 수술도 하고 환자도 보고 모든 병원 일을 해결해야 한다. 이쯤이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럼 교수님들, 전문의들은 어떻게 일을 하지?

2000년대 이전에, 전공의 수급이 어느 정도 원활했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전공의는 그야말로 모든 일을 다 하는 멀티플레이어였다.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그 일들이 전공의 내지 의사가 반드시 해야 하는지, 수련 과정에 맞는 적정한 업무를 했는지 등을 헤아려보면 미래의 전문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한 합리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러다가 필수 의료과의 전공의 지원이 감소하게 되고 병원에서는 비판적 시각이 있음에도 임상전담간호사(PA) 등 여러 가지 제도를 운용하게 되고, 이제는 이런 제도들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더욱더 전공의 수련, 양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전공의 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선진국과 다른, 매우 낮다고 알려진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많은 의료진의 노력과 노고가 필요한 분야에서 아직은 아쉬움이 크다.

내가 전공하는 심장과 대동맥에 응급질환이 생겨 늦은 밤, 혹은 새벽에 수술을 해야 할 때 적절히 치료가 안 되면 그리고 그 이유가 의료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것이라면, 사람들은 제도의 맹점을 지적하고, 의사 수 증원과 의대 정원 증원 등을 언급한다.


중증 질환에 필요한 의료진이나 시스템이 모자란 것은 분명 팩트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고 냉정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수가를 책정하는 방법 혹은 시각이 많이 다르다. 심장수술을 예로 들면, 환자와의 첫 대면, 외래진료, 상담, 수술 결정 과정, 수술 전 검사, 수술 동의서 설명 및 작성, 입원, 입원 전 준비, 수술에 포함된 모든 인력의 참여도, 중환자실, 병실, 퇴원 등 전 단계를 모두 조사하여 장비, 인력,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수가를 정하게 된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전반을 고려한 적절한 수가 책정이 현재의 여러 문제점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수가 문제가 해결되면 결국 마지막은 최고의 의료진을 만들기 위한 전공의 수련에 올인해야 한다. 전공의는 교수들의 잡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전공의 없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적절한 수련이 되도록 정부와 학회가 협력해야 하고, 수련병원은 최고의 수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현장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이러한 기반에서, 흉부외과 4년의 수련을 마친다면 지식, 술기, 덕목, 예절 등을 갖춘 우수한 인력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최근 중증응급환자 치료와 관련하여 여러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는 계기가 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제부터가 제대로 해야 하는, 매우 디테일이 중요한 시기다. 지금 잘하면 이 효과는 10년, 15년 정도 후에 빛을 발하게 된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개척하는 용기 있는 선배 의사가 되고 싶다.

[김경환 서울대병원 교수·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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