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세상사는 이야기] 비대면 진료가 성공하려면

입력 2022/08/13 00:04
과학적 임상시험 통해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스마트진료 체질개선
대전환 기회 놓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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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윤석열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 최우선으로 챙기겠습니다'라는 약속의 국정과제인 예방적 건강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가 명시돼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건수가 2300만건을 웃돈다. 이미 여러 스타트업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자 KT는 베트남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라인을 통해 일본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대면 진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 산업계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원격의료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민영화 우려로 반대해 좌초했다. 지금은 복지부가 적극적일지 몰라도 노조나 시민단체는 민영화와 안전 문제로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반대했던 의료계에 과거와는 다른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동네 의원이 다 죽는다며 극렬히 반대했던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비대면 진료 안건을 통과시켰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시행된 비대면 진료를 우려했던 대형 병원보다 동네 의원에서 더 많이 이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도입하고, 의사협회가 추진 논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조건이 핵심이다.

지난 5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정부·의료계와 논의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한 보건 시스템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화 여건은 만만치 않다. 일단 복지부가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비대면 진료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불명확하다. 그사이 일부 의사단체들이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플랫폼 회사들을 고발하는 등 플랫폼 업계와 의료계 간 갈등이 커졌다.


정부가 설익은 정책으로 산업계를 등에 업고 적당히 수가를 올려 의사들과 합의해 비대면 진료를 건강보험 체계에 도입해서는 안된다. 의료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단순 만족도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돼야 한다. 복지부는 충분한 경험이 축적됐다고 하나, 비대면 진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의사들조차 효과를 검증하는 절차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의료계와 환자들이 받아들일 안전성과 효능의 탁월한 성적을 명확히 증명해 실마리를 풀어가자. 그러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 법제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관련 논의가 표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비대면 진료는 건강보험수가 체계, 의료 전달 체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보험수가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용효과성, 경제성 분석 허들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환자와 의사 간 진료의 근본을 흔들지 않아야 한다. 동네 의원 의사를 포함한 의사단체와의 합의만이 아니라 환자단체, 기업들, 의료계, 정부에 의한 사회적 합의 구조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의결이 되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 무대를 이끌어갈 스마트진료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지금의 대전환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동네 의원이 몰락하지 않고,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며 관련 업계들의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의료 민영화의 미끄러운 언덕으로 들어서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미 작년 3월에 전문가를 중심으로 출범한 한국원격의료학회가 학술적 검증과 제도화 방안 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그 중심에는 항상 환자들과 국민이 있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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