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마켓관찰] 차라리 이번 추석을 건너뛰는 건 어떨까

입력 2022/08/13 00:04
치솟은 밥상물가 재앙 수준
팬데믹 때 제사 건너뛰었듯
추석도 한번 생략해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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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우리나라가 1년 내 기후 변동성이 크고 종잡을 수 없는 날씨라지만 올해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다. 올봄은 정말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서늘했고 건조하다 못해 가물었다. 그리고 장마철을 맞아 가뭄이 가시고 폭염이 한동안 지속되더니 이젠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주요 도심지가 물에 침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다 보니 농작물이나 식량의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저온과 가뭄, 그리고 폭염이란 변동성은 농작물의 생장에 악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올해 주요 작물들의 작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마저도 이번 폭우로 인해 다 쓸려나가 버렸다. 이미 수확을 하고 창고에 거둬둔 작물들도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돼 썩어버리는 일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더욱 골치 아픈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과 비료 가격, 사료 가격 등이 폭등한 상황에서 이번의 수해는 국내 식량 생산에 큰 타격을 입혔다.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재 정확한 피해 상황과 예상 수확량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그 타격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의 수요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공급량이 10%만 감소하더라도 이러한 공급 충격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공급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던 우크라이나산 밀 수출이 막히자 밀 가격은 2배 가까이 폭등했었다.

물론 밀은 아주 수요가 높은 작물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보다 수요가 적고 대체재가 많은 작물이라면 가격 변동성은 밀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국내 농산물에 대한 소비 측면에서 굉장히 다양한 품목을 소비한다. 즉, 수요가 분산화돼 있지만 각각의 수요가 서로를 대체하진 못하기 때문에 적은 양의 생산량 변동에도 가격 변동이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요약하자면 인플레이션으로 식품 물가가 매우 높게 뛰는 상황에서 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과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면서 생산에 큰 타격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이 공급 충격으로 작용해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재앙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달이 곧 추석이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식품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민족의 명절인 추석은 많은 사람이 고향이나 일가친척을 방문하고 제사를 치르며 많은 음식을 만드는 때다. 그러다 보니 일상적인 상황에 비해 고기, 야채, 과일 등에서 모두 평소보다 더 많은 수요가 발생한다. 지금 상황이 일반적인 경우라도 오르는 식품 가격이 부담스러운데 연중 가장 식품 수요가 폭증하는 추석이란 게 문제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이번 추석은 제사도 건너뛰고 최대한 간소화하는 것이 어떨까? 조선 말기까지만 하더라도 제사는 국민적인 행사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이 제사를 치르게 된 것은 20세기가 되면서 생긴 일이다. 그나마도 사람들이 안 지내던 제사를 치르자니 어떻게 할지 몰라 당시 정부에서 제시한 제사에 대한 표준안을 따랐다. 홍동백서니 뭐니 하는 뒤늦게 만들어진 전통이 생긴 것이 바로 이때다. 이후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제사는 무조건 지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제사를 꼭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년간의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제사를 건너뛰거나 간소화했다. 그 이전에야 제사를 치르지 않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막상 안 해보니 별것 아니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번엔 식품 충격 때문에 추석을 건너뛰는 선택지를 고려해볼 시점이다. 가격은 기대에 따라 움직인다. 그렇기에 이 주제는 지금 이야기를 해야 한다. 9월이 되면 너무 늦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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