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고물가시대 '농식품바우처' 실험에 주목을

입력 2022/08/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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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은 벨기에의 근로자 가계를 대상으로 가계 지출을 조사했다. 그는 이 조사를 통해 우리가 흔히 아는 '엥겔법칙'을 발견했다. 저소득 가계일수록 전체 생계비에서 식료품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이 골자다. 그 비중은 '엥겔계수'라 불린다.

최근 기후변화, 코로나19 장기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라 물가가 치솟고 있다. 치솟는 물가는 엥겔계수가 높은 저소득층 가구에는 더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지금의 고물가 상황에서 정부가 취약계층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식품 구매력이 충분하지 않아 비타민A, 비타민C, 칼슘 등 필수영양소 섭취량이 권장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소득 수준이 낮아질수록 고혈압, 당뇨 등 식생활 관련 주요 질병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고물가 상황 등으로 저소득층 식생활에 대한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경북 예천군은 저소득층의 부족한 영양을 보충 지원하고 농산물의 소비 촉진을 위해 2021년도부터 2년째 '농식품 바우처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중위소득 50% 미만의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1인 가구 기준 4만원 상당의 바우처 카드를 지원해 국내산 과일, 채소, 흰 우유, 육류, 계란, 잡곡, 꿀, 두부류 등의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구매처는 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농협몰로 운영이 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2400여 가구에 바우처를 지원하고 있으며, 수혜자 중 거동이 불편한 가구에는 꾸러미 배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8월에는 수혜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위한 농식품바우처 식생활 교육도 병행해 지원할 예정이다.

예천군은 민관 협업을 통해 지역 농업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농식품바우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천군청 농정과와 지역농협인 예천농협, 남예천농협, 예천축협, 지보농협이 참여해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 지역협의체'를 구성했으며, 분기별로 실무협의회를 개최해 바우처 사업에 관한 논의와 발전 방안, 꾸러미 배송 등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2년째 시행하고 있는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에 대한 수혜자의 만족도는 높다. 한 수혜자는 "물가는 오르고 생활비는 부족해서 식비를 제일 먼저 줄이게 되는데 식품비를 지원받으니 가계 부담이 줄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수혜자는 "시골 지역이 교통도 불편하고 나는 나이도 많아서 일상적으로 다니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농식품바우처 꾸러미를 집까지 배송해주니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서비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저소득층의 올바른 식생활 및 지역 농업 발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고령화·인구 감소로 점점 농업 기반이 무너져 가는 가운데 지역에서 생산·유통되는 신선식품들이 농식품바우처를 통해 더 많이 소비되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국민의 기본적인 식생활 유지를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의무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 헌법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농식품바우처도 시범사업을 벗어나 본사업으로 확대되길 바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더 희망찬 대한민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김학동 예천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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