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이코노미스트] 왜 '일법'을 가르치지 않는가

입력 2022/08/16 00:04
상황 변화에도 결과 내놓는
'일 잘하는 사람' 되는 일법
각자도생식 따라하기 말고
체계적 방식으로 교육 가능
기업이 사원들 열망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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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로서 할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왜 학교는 일 잘하는 법, 일법을 가르치지 않는가.

우리가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논리적 사고를 키우려 함이다. 일상의 논리적 사고를 넘는 고차방정식, 미적분, 삼각함수 등의 용도는 무엇인가. 대다수는 학교를 졸업한 후 이런 고등수학을 써본 적이 없다. 아니 어쩌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삶과 업에서 가장 숫자에 민감한 분야는 자산, 재테크이다. 약간의 산수면 충분한 이 분야를, 학교는 가르치지 않는다. 수많은 재테크 도서와 콘텐츠의 그만그만한 내용을 읽고 보는 이들의 염원을 무시한 채, 학교는 부자 아빠가 되는 교육을 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마도 가난한 아빠가 청렴한 학풍에 걸맞아 그런 것 같다.

가난한 아빠의 집착은 광범위하다. 비단 수학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편으로, 다수의 기업 경영에 역할을 하는 전문가로서 할 말도 아니다. 그렇지만, 왜 회사는 일법을 가르치지 않는가.

회사는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부단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우등한 성적이 인생의 우월함을 보장해주지 않듯이, 회사 교육의 충실한 이수가 업무의 경쟁력을 담보하진 않는다. 그토록 회사가 목매는 문제 해결 능력은, 사원들의 자구적인 연륜과 경험에 맡겨둔 채,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남는다. 자기 계발 도서와 콘텐츠의 그만그만한 내용을 읽고 보는 사원들의 열망을 무시하는 셈이다.

일 잘하는 법은 따로 있다. 그런 능력을 키우는 법은 따로 있다. 일 잘하는 사람, '일잘러'의 방식과 역량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막막히 지켜보며 느끼고, 때론 막연히 따라 하며 체득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니 후배의, 후속 세대의 각자도생의 처연함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일법을 애써 정의하고 정형화해야 한다. 그것들을 힘써 가르쳐야 한다.

하고 있다고? 좋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은 어떤가.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 대상과 대상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분류 능력, 목표를 설정하고 세분화해 실행하는 지향 능력, 우선순위와 이들의 상대적 중요도를 따지는 취사 능력. 탐나지 않는가? 이 능력들이라면 세상의 어떤 변화도 쫓아갈 수 있다. 이 탐나는 능력들을 과연 공들여 가르치고 있는가?

또 있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역할의 범위를 정해주는 한정 능력, 이질적인 대상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수용 능력, 이러한 상대와 소통하는 표현 능력이라면, 어떤 누구와도 협업의 시너지가 샘솟는다. 급기야 세상을 앞서가게 해주는 것도 있다. 관계에서 스마트한 포지셔닝을 하게 해주는 매개 능력, 관계의 룰을 설정하는 규정 능력, 새로운 이해관계와 그 가치를 탐구하는 전환 능력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배울 수 있다. 연습하며 습득할 수 있는 각각의 기법도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시키는 일이나 잘하는 사람을 떠올리진 않았을 것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 한 시기에 어느 한 업무만 잘하는 것으로 떠올리진 않았을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일도 변한다. 업무도 바뀌고 역할도 바뀐다. 특정된 지식과 제한된 경험을 일법이라 하지 말라. 어떤 업무와 역할에도, 어떤 변화하는 상황에도 대처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있고, 그것이 일법이다.

수년 전 아주 인상적이었던 포스터에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가 트러블샷을 한다. 공이 얼마나 깊은 러프에 있었던지, 그의 아이언에는 풀이 한 묶음 붙어 있다. 간결하고 강렬했던 포스터의 문구는 '컨디션 체인지, 리절트 슈든트(Conditions change, results shouldn't)'.

일 잘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상황이 변해도 기대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런 현실적 역량을 키우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출생이 가난한 아빠인 학교가 못한다면, 태생이 부자 아빠인 회사가.

[임춘성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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