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대한민국이 익혀야 할 '문어 전략'

입력 2022/08/18 00:04
72922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얼마 전 필자의 막둥이가 타령 조로 흥얼거리는 '문어의 꿈'이라는 노래를 접하고 호기심에 검색해보니 초등학생은 물론 유치원생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춥고 어둡고 차갑고 외롭고 때로는 무섭기도 한 깊은 바닷속"은 어른들이 처한 막막한 현실의 동요적 은유리라. 자나 깨나 나라 걱정인 대한민국 평균 성인 남녀 중 하나인 필자도 나름의 이유로 '꿈속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문어의 오색찬란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문어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에 갇혀 있거나 고작해야 술안주로 인식된다. 하지만 나라 밖에서 그 위상은 꽤 높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높은 예언 적중률로 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이 스타로 대접받았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일본 문어 '루비오'가 일본의 16강 진출을 예언해 한때 인기 반열에 올랐지만 결국 식용으로 팔렸다. 그 때문에 이후 일본 축구가 맥을 못 춘다는 소문도 돌았다.

'굉장한 것들의 세계' 저자 매슈 D 러플랜트에 따르면 문어의 뇌는 척추동물과 같은 해부학적 특징이 없고 대개의 뉴런이 머리보다는 다리의 무수한 촉수에 걸쳐 분포한다. 하지만 몸의 크기에 비해 조류와 포유류를 제외한 모든 동물보다 더 큰 뇌를 가지고 있어 매우 지능적이다. 도구 사용을 통한 문제 해결 등 고차원 인지행동을 할 수 있으며 먹이를 얻기 위해 항아리 뚜껑을 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기도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모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문어의 지능이 작동하는 방식의 핵심은 '연계(connect)'와 '분산(distribute)'이다. 문어의 중심 뇌가 명령을 내리면 각 촉수는 그에 따라, 하지만 독립적이고 분산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수백만 년에 걸쳐 문어에게 가해진 진화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 분산된 지능의 문제 해결 신경망이 만들어진 것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진화를 거듭해온 군집 드론 쇼도 분산형 연계 지능을 활용한 것이다.

연체동물 문어로부터 배우는 게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겠지만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고 했다. '문어 전략'이라고 하면 편견이 생기니 '옥토퍼스(octopus) 전략'이라고 하자. 이 전략은 수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해결해야 하는 국가의 정책 과정에도 응용할 수 있다. 특히 '다양성 안의 통일성(unity in diversity)' '통일성 안의 다양성(diversity in unity)'을 확보해야 하는 뉴노멀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연계와 분산(C&D)의 전략이다.

옥토퍼스 전략은 대통령만 바라보는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Korean politics of vortex)'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도 제공한다.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나오는 대통령 책임, 컨트롤타워 부재 논리에 빠지지 말고 정부와 민간이 각자의 전문성과 책임 아래 관련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분산된 지능의 문제 해결 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된다. '활동과 수행 주체의 다각화'를 국가 운영의 수단적 목표로 삼고, 민간과 정부의 수많은 촉수가 국가의 전략과 비전에 직접 연결돼 있으면서도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혁신의 가지(branch of innovation)'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폭우 속 빛난 여러 의인에게서 그런 희망을 보았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팔색조 문어의 연계와 분산 전략을 활용한다면 어린이들의 꿈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꿈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