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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 최대 35조 추경안, 역대 최악의 졸속심사 걱정된다

입력 2020.07.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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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5조3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치면서 3조원 이상 증액됐다. 정부가 예산을 낭비하지 못하도록 국회가 견제하기는커녕 "세금을 더 써달라"고 예산을 퍼주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과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자 29일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이어 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기획재정위원회 등 16개 상임위를 열어 3차 추경안을 심사했고 3조1031억원을 증액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정부가 지난 4일 제출한 이번 추경은 48년 만에 이뤄지는 3차 추경인 데다 그 규모도 역대 최대다. 그럼에도 국회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는 대부분 1~2시간 만에 황당할 정도의 졸속 심사로 끝이 났다.


산업통상자원위는 정부안에 2조3100억원을 증액하면서도 1시간30여 분 만에 회의를 끝냈다. 외교통일위, 정무위, 행정안전위, 보건복지위, 과기정통위, 운영위, 국토교통위 등은 정부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과거 독재 시절 국회가 예산·법률안을 제대로 심의·수정하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을 하던 '통법부'를 다시 보는 듯하다.

국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나면 부족한 돈은 국민들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당장 채워넣지 못하면 결국에는 우리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이런 중요한 일을 심의하는 데 제1 야당인 통합당이 불참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설혹 표대결에서 밀린다 해도 정부·여당의 예산안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야당의 기능을 포기해선 안 된다. 176석을 지닌 민주당도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예산·법률안을 처리하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여당은 6월 임시국회가 마감하는 7월 4일 이전에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회에서 실질적으로 예산을 심의한 기간은 5일 정도에 불과하게 된다.


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사상 최대 규모 추경안을 최악의 졸속 심사 끝에 통과시킨다면 두고두고 국회와 여당에 부끄러운 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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