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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벼락치듯 강행한 임대차법, 혼란도 정부·여당 책임이다

입력 2020.08.0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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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하루 만인 어제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 의결하고 대통령 재가를 받아 즉각 시행에 들어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지 이틀 만에 야당의 반대와 일각의 항의 집회 등에도 불구하고 초스피드로 강행됐다. 신고 시스템 구축이 늦어져 내년 6월부터 시행할 전월세신고제가 4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7월 임시국회에서 임대차 3법이 모두 처리되는 셈이다.

당정은 임대차 시장 불안을 조기에 잠재우기 위해 신속 대응이 필요하다며 서둘렀지만 시장은 이미 혼란에 빠져든 형국이다. 임차인 권리를 과도하게 높이면서 임대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발하는 집주인들 일부는 임차인들의 전세대출 연장을 거부해 세입자가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워야 하는 처지로 몰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임차인들도 이에 맞서 집주인에게 이사비를 요구하거나 새로 들어오려는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주지 않는 등 갈등이 첨예해졌다.

야당을 배제한 채 심사·토론 없이 졸속 입법이 이뤄지자 미래통합당에서는 "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여당의 '과속 입법'을 비난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통과만을 목적으로 한 전형적인 통법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4선 중진인 노웅래 의원이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라며 "바람직한 게 아니다"고 지적하는 등 여당 내에서도 과했다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법 개정에 앞서 전셋값은 57주째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말에 비해 7개월 만에 0.14% 뛰어 주간 상승률로는 최대폭을 기록했다. 강동·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4구는 물론 경기·인천도 상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강동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석 달 사이에 전세 호가가 3억원 이상 뛰고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개정안에서 전월세 상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신규 계약분 전셋값 인상 움직임도 포착돼 전세 매물 급감과 함께 추가 가격 상승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기존 세입자는 계약 연장이 가능해져 안도하고 있지만 새로 전셋집을 찾는 이들은 전셋값 급등 때문에 서울에서 경기로 밀려날 판이다. 속전속결 입법과 시행으로도 치솟던 전셋값을 주저앉히지 못한 채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만 부추겨 시장 혼란이 가중된다면 책임은 오롯이 독단적으로 입법을 밀어붙인 정부·여당의 몫이다. 이번에는 전세난을 투기나 집주인 탐욕, 야당 발목 잡기로 몰아붙일 명분도 없으니 정부·여당은 어떻게든 책임지고 확실히 수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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