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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임대차법 시행 일주일새 전셋값 폭등, 더 고통스러워진 세입자

입력 2020.08.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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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달 31일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전셋값이 껑충 뛰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일주일 전보다 0.17% 오르며 58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상승폭도 전주(0.14%)보다 가팔라졌다. 경기·세종·대전·울산 등도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며 전국이 동시에 들썩이고 있다. 전세 계약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계약 갱신 시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자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때 보증금을 최대한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파장은 정부가 속전속결로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일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


정부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강행 일주일 만에 바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대단지에 매물이 1~2건밖에 안 되는 매물 품귀 사태가 벌어지고, 전세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적어진 데다 저금리까지 겹치면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월세 전환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전환율 인하 계획을 밝히는 등 후속 조치를 내놓고 있다. 현행 4%(기준금리 0.5%+3.5%)인 전월세 전환율을 2%대 초반으로 내리고 이를 강제할 입법 추진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4년 이후 임대료 폭등이 우려되자 신규 계약에도 5% 상한을 적용하는 방안과 시도지사가 전월세 가격을 정하는 '표준임대료'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재산권 침해 논란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제도가 미칠 영향을 치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밀어붙인 후 시장이 요동치면 부랴부랴 땜질하는 정책을 펼쳐왔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세입자들의 고통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바뀐 임대차법을 적용받는 재계약 전세와 신규 매물이 수억 원씩 차이가 나는 이중 가격이 나타나고 있다.


줄어든 매물을 서로 차지하려 세입자 간 '을과 을의 전쟁'도 벌어질 수 있다. 향후 전세시장이 안정될 시그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 보유세 인상 등 규제는 전세매물 부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반시장적인 정책이 쌓이면서 국민 혼란만 커지는 형국이다. 세입자를 위한다면서 고통만 안겨주고 있으니 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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