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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한은 총재의 재정준칙 발언, 與 의원이 면박 줄 일인가

입력 2020.10.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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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엄격한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말하자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겠다는 건가. '너나 잘하세요'라는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며 공박했다. 재정준칙에 대한 여당의 반감을 거칠게 표출한 것이다. 다른 여당 의원들도 '한은 본연의 업무도 아닌데 왜 그런 소리를 하느냐'라며 이 총재를 몰아세웠다. 얼마 전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준칙 도입을 추진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두고 '같이 갈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공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이 총재 말은 하나도 그른 게 없다. 지금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적극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지만 위기에서 벗어날 때를 생각해 재정건전성을 챙겨야 한다는 원론적 발언일 뿐이다.


오히려 통화정책 수장으로서 더 단호하게 재정정책의 실효성과 책임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여권에서는 경제 위기를 빌미로 맘껏 재정을 살포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은 중앙은행 발권력으로 받쳐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목소리가 나오는 마당이다. 국가채무는 결국 미래 세대의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한은 총재로서는 무한정 돈을 찍어내면 모두가 손쉽게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에 대해 더 엄중하게 경고해야 마땅하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 넘게 불어나고 국가채무비율은 6%포인트 이상 치솟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불과 10년 후 국가채무는 GDP의 75%로 급증할 것으로 본다. 팬데믹 상황에 따라 상당 기간 확장 재정이 불가피하더라도 올해 같은 공격적 재정 살포가 지속될 수는 없다. 재정건전성은 우리 경제의 최후 보루다.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회복되리라는 신뢰가 무너지면 끝장이다. 재정준칙은 그 신뢰를 담보하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준칙은 그 실효성과 진정성 면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그것마저 예산을 백지수표처럼 쓰려는 거대 여당에 막혀 무산된다면 경제는 팬데믹이 아니라 재정 위기에 대한 불안 때문에 더 휘청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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