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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KB전세지수 갑자기 사라졌던 이유가 궁금하다

입력 2020.10.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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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 거래 상황을 가장 빨리 전해주던 KB국민은행의 '주간 매매·전세거래지수' 공개가 한 주간 돌연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자체 판단이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찮은 일이다. 이 지수는 중개업소를 조사해 매도·매수나 전세 수요·공급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지를 알려주는 지표로 2003년부터 17년간 매주 공개돼 왔다. KB 통계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를 질타하는 야당 의원들이 자주 인용해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한국감정원 통계는 KB에 비해 실거래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이런 논란에 부담을 느낀 KB 측이 정부 눈치를 봐서 지수 공개를 중단했던 것이라고 추측한다. 국토부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돈다. KB는 한 달 뒤면 실거래가격이 나오기 때문에 이 지수의 조사 유용성이 떨어져 중단했던 것이라고 해명한다.


국토부도 민간의 일이어서 사정을 잘 모르겠다고 하니 실제로 무슨 사연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가격을 정확히 반영하는 실거래가 통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직후 이 지수 공개가 재개되는 사실이 공교롭다. 경위야 어찌됐든 전세난이 심해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때에 통계 불신과 오해를 부추긴 꼴이 됐다.

야당이 주장하듯 감정원 통계는 거래 후 한 달 내에 신고하면 되는 실거래가격을 기반으로 작성돼 시장상황을 신속하게 짚어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호가까지 섞어 실거래가보다 다소 부풀려져도 거래현장 분위기를 빨리 파악할 수 있는 KB 통계가 유용하게 쓰였다. 정책 부작용을 지적할 때 많이 인용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국가 통계라며 감정원 수치만 끼고 돌다간 시장 불안을 잠재우긴커녕 오히려 정책 불신만 부르게 된다. 집값·전셋값 추이나 거래량을 잘 알아야 제대로 된 정책도 내놓을 수 있다. 실거래가 반영 속도를 높여 주택정책 신뢰를 올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책 실패를 가리는 방패막으로 통계를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당국이 주택·전세 공급 확대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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