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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文 정부 들어 더 악화한 금융 양극화, 지나친 정치논리가 문제다

입력 2020.11.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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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같은 초저금리기에는 신용등급이 다소 낮더라도 돈을 빌리기가 더 쉬워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넘치는 유동성은 고신용자가 독식하고 있다. 저신용자들의 소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체 신용대출 이용자 중 고신용자(1~4등급) 비중은 2016년 79%에서 올해 9월 말 84%로 늘어났다. 반면 저신용자(6등급 이하)는 15%에서 11%로 줄어들었다. 집값 급등의 수혜자인 주택담보대출 이용자 중 신용 1등급자는 이 기간에 41%에서 53%로 늘어났다. 중신용자 시장을 키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올해 6월 말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금액 중 1~4등급 대출이 98.5%에 이르고 7등급 이하 대출은 0.2%에 불과하다. 서민금융 상품인 미소금융 대출 실적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까지만 해도 274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9월 말까지 1613억원을 대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릴수록 금융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는 현 정부로서는 뼈아픈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되레 상황을 악화시킬 정책을 펴고 있다.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내년 6월까지 20%로 낮추기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 신용이 낮은 이들부터 급전 조달 길이 아예 막혀버리거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 사정은 정부도 잘 알고 있다. 현재 연 20% 넘는 이자를 내는 대출자 중 13%(31만6000명)는 더 이상 제도권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없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3만9000명은 사채업자들을 찾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급하게 돈을 빌려야 하는 저신용자들에게는 가격(대출금리)보다 접근성(대출 가능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금융의 가격과 수급은 가능한 한 시장 원리에 따라야 한다.


이 단순한 금융 논리를 애써 외면한 채 획일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도록 하고 그 혜택만 부각시키는 것은 결코 좋은 정치가 아니다. 지나친 정치 논리를 벗어나는 것이 금융 양극화를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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