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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중소기업부터 무너뜨릴 기업징벌 3법

입력 2020.11.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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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이 추진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재해처벌법), 집단소송법, 징벌적손해배상제도(상법개정안) 등 '기업징벌 3법'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제재를 담고 있는 데다 산업안전 해결을 위한 사전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초점을 맞춰 정책 효과도 낮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법률 대응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안전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 사망 시 사업주에게 3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3~10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사업자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데다, 산안법은 안전조치 의무를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반면 재해처벌법은 모호하고 포괄적인 유해·위험 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원인이 불분명한 사고가 터져도 기업에 책임을 지우는 먼지 털기식 처벌인 셈이다. 문제는 법안 통과 시 열악한 자금·시설 때문에 기존 안전규정도 지키기 힘든 중소기업들부터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국에선 법인과실치사법이 제정된 뒤 10년간 26개 기업이 벌금을 부과받았는데 이 중 절반이 벌금 수억 원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마찬가지다. 블랙컨슈머 등 악의적 소비자의 집단소송이 남발되고 재판 이전 기업에 증거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돼 기업 영업비밀이 유출될 소지도 크다. 중소업계에서 "형사처벌, 손해배상, 행정제재가 있는데도 징벌적손해배상까지 도입해 4중 처벌하려 하나" "차라리 기업을 파는 게 낫다" 등 불만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기업에 책임을 묻고 소비자를 구제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징벌 3법은 경영위축을 넘어 기업을 파산시킬 수 있는 과잉 입법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코로나에 따른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서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법안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 현장 의견을 수렴해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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