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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CEO 면박주기와 가짜뉴스로 끝난 국회 산재 청문회

입력 2021.02.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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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예상대로 의원들의 갑질 청문회였다. 22일 사상 처음으로 열린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는 기업인 망신 주기와 윽박지르기로 끝났다. 당초 산재 사망자가 많은 9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산재 예방책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으나 그런 생산적인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여당에서 가짜뉴스 방지를 책임진 국회의원이 가짜뉴스로 기업 CEO를 면박 주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TF 단장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상대로 신사 참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최 회장이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때 사진을 공개하며 "신사 참배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지만 알고 보니 최 회장이 2018년 세계철강협회 총회에 참석했다가 도쿄타워 인근에 있는 절을 방문한 장면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진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당초 사진에는 사찰을 상징하는 연꽃 문양이 있었는데 노 의원이 공개한 사진에는 지워져 있었던 탓이다. 조작 논란을 떠나 산재 청문회에서 신사 참배 여부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뜬금없다.

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 관계자를 불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산업재해 문제를 따지자고 먼저 요구한 측은 국민의힘이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최 회장을 향해 "허리염좌 및 긴장이라는 진단서를 첨부해 청문회 불참을 통보한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생각이 짧은 게 아니라 그게 회장님의 인성"이라고 면박을 줬다. 김웅 의원도 최 회장에게 "(근로자들이) 허리 아픈 것도 불편한데 롤러에 압축돼 죽으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냐"며 핀잔을 줬다.

산재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만큼 국회가 기업에 경각심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산업안전 전문가나 책임자를 불러 산재 예방 방안을 구체적으로 토론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CEO를 불러 면박을 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선거를 의식한 보여주기 쇼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청문회를 하려면 산업 현장에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청취하고 그런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자리가 돼야 한다. 대안 없이 호통만 친다고 해서 산재가 줄어들 리 만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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