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방역 모범국서 이탈한 한국, 컨트롤타워 잡음 부끄럽다 [사설]

입력 2021/04/20 00:01
수정 2021/04/20 07:34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초대 방역기획관 자리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임명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백신 확보에 늑장을 부린 탓에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그동안 정부의 방역 실패를 옹호해온 인사에게 방역·백신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맡긴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 교수의 과거 발언을 보면 그가 방역·백신 확보의 적임자인지 의문이 들 만큼 황당한 내용이 많다. 기 교수는 작년 2월 중국인 입국 조치와 관련해 "필요 이상의 조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반대했다.


작년 3월부터는 50여 차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해외 백신 구입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고, "(다른 나라가) 백신 접종을 먼저 해서 위험을 알려주는 것은 고마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학적 근거를 통해 방역 정책을 조언하기보다 정부 대책을 합리화하는 데 앞장선 것이다. 더구나 기 교수의 남편은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러니 "정부의 거짓과 무능을 덮어준 것에 대한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백신이 아니라 방역 담당 비서관이어서 결격 사유가 아니다"고 하는데 백신 접종이 최선의 방역이라는 점에서 변명에 불과하다.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신설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범정부대책지원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 기존 방역기구의 역할 중복과 책임·권한의 혼선도 불가피하다. 질병관리청이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공산도 크다.


지금 이스라엘, 영국 등은 신속한 백신 접종으로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되찾고 있는데 우리는 접종률이 3%에 그칠 만큼 백신 기근을 겪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잘 억제되는 '콜드 스폿(Cold Spot)' 국가 32곳을 추렸는데 한국이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라도 백신대란을 막으려면 '정치 방역'을 멈춰야 한다. 대통령도 유체이탈식 화법에서 벗어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처럼 정상 차원의 백신 외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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