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건축 투기 막는다는 명분으로 재산권 침해 일삼아서야 [사설]

입력 2021/06/11 00:03
수정 2021/06/11 01:43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9일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지위 양도 제한 시기를 사업 초기 단계로 크게 앞당기기로 했다. 현행법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의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을 '조합 설립 이후'로 정하고 있는데 이를 첫 관문인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안전진단 통과 이후에는 아파트를 사더라도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재개발 사업도 '관리처분 인가 이후'에서 '정비구역 지정 이후'로 당겨진다.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하겠다며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자격 기준을 강화한 것이지만 이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다. 정비사업은 복잡한 절차와 소송 등으로 안전진단 이후 10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 기간 동안 주택 거래가 막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안전진단 통과나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 설립 이후 2년간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척되지 못했을 때 예외를 두기로 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투기를 막겠다는 명분만 보일 뿐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장기 보유·거주자 등에 한해서는 예외를 적용해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포석으로 투기 방지책을 꺼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가 빨라질지는 미지수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국토부는 9월까지 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인데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시장이 출렁거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매물 잠김을 가중시켜 거래절벽과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새 아파트 쏠림 현상이나 안전진단 통과가 안 된 단지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발표한 재건축 2년 거주 요건, 토지거래허가제 등도 재산권 침해 논란이 거세다. 현 정부 들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규제를 쏟아냈지만 집값은 계속 치솟았다. 국민의 기본권까지 침해하면서 투기를 막고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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