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고발사주 녹취록 공개된 김웅, 언제까지 숨어서 책임 피할 건가

입력 2021/10/21 00:01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사주 공작이 있었다는 의혹 제기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충격적이다. 고발사주 혐의를 받고 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제보자 조성은 씨가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고발사주 모의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조씨가 공개한 지난해 4월 3일 두 차례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오전 통화 때 김 의원은 "(고발장을)남부지검에 내랍니다"라고 했다. 오후 통화 때는 고발장 접수처를 대검찰청으로 바꿨다. 또 고발장을 당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에서 내야 하고, 고발장이 접수되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할 거라고까지 말했다. 고발장 제출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어디에 제출해야 할지 등을 세세하게 지시할 정도로 김 의원이 고발사주건에 깊숙이 관여한 사실이 만천하에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김 의원이 남 탓과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를 버리지 않고 있어 실망스럽다. 녹취록 공개 후 김 의원은 "방송을 보면 앞뒤 다 자르고 이야기한 게 많다"며 악의적인 짜깁기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런 식의 대응은 곤란하다. 전후 문맥을 떠나 여하튼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낸다" "그쪽(검찰)에다가 이야기를 해놓겠다" 등 고발사주를 암시하는 김 의원의 음성이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최초 고발장 초안을 누구한테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이걸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녹취록에 윤석열 대선후보가 3번 언급된 것도 논란을 키울 수 있다.


김 의원은 고발장을 제출할 때 본인은 빠져야 한다며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라고 했다. 녹취록 내용만으론 윤 후보가 사주를 지시했다고 보기 힘들지만 여당에 "고발사주 주범은 윤석열"이라며 파상공세에 나설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 모든 사달이 난 건 김 의원 책임이 크다. 고발사주 의혹이 터졌을 때 좀 더 명확하게 밝혔어야 했지만 뒤로 숨었다. 하지만 녹취록이 공개된 만큼 더 이상 김 의원이 파편화된 기억 탓을 하며 어물쩍 넘어가기 힘들어졌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낱낱이 고발사주 의혹을 밝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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