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재정파탄 위기 건보공단 정규직화, 제2의 인국공 사태 걱정된다

입력 2021/10/21 00:02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민간위탁으로 운영해온 고객센터(콜센터) 직원 1600여 명을 사실상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보공단 노사와 콜센터 노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무논의협의회는 21일 공단 소속기관을 설립해 콜센터 직원을 고용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소속기관을 새로 만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소속기관은 별도 기관장을 두고 인력과 예산을 독자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직접 고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단은 정규직화를 놓고 콜센터 직원과 공단 정규직 간 갈등이 심했다. 지난 6월엔 김용익 이사장이 갈등을 타개하겠다며 단식 농성에 들어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단 정규직은 콜센터 직원의 일괄 정규직 전환에 반발해왔다.


특히 젊은 직원들이 중심이 된 '공정가치연대'는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콜센터 직원의 정규직화는 역차별"이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보공단이 소속기관을 세워 콜센터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강행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난해 정규직화 과정에서 극심한 노노(勞勞) 갈등을 겪었던 인천국제공항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으니 걱정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한 '문재인 케어'로 건보 재정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재정수지는 2011년 이후 7년 연속 흑자였으나 2018년 적자로 돌아섰다. 2019년엔 적자 규모가 3조원에 육박했다. 건보 적립금도 2017년 20조원에서 지난해 17조원대로 줄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런 추세라면 2024년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단의 보험 급여 지출도 2030년 올해보다 2배 증가한 1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콜센터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재정 파탄 위기에 처한 건보공단이 민주노총의 파업 압박에 밀려 정규직화를 밀어붙이고 노노 갈등까지 야기하는 것은 문제다. 단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뛰어넘어 고용 유연화를 포함한 보다 큰 차원의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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