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입법 지상주의와 처벌 만능주의에 제동 건 윤창호법 위헌결정

입력 2021/11/27 00:01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으로 두 번 이상 적발되면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25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목적이라 하더라도 법률과 책임 비례 원칙에서 벗어나 과도하게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국회가 여론 무마용으로 처벌 강화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 지상주의와 처벌 만능주의에도 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무턱대고 법을 만들어 인기에 영합하려 하지 말고 보다 신중하게 입법권을 행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음주운전은 무고한 생명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범죄 행위다. 2018년 11월 국회에서 통과된 윤창호법은 그해 9월 부산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숨진 윤창호 씨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도로교통법 제148조를 개정해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위반한 운전자에 대해서는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헌재는 언제 어떤 음주운전을 했는지 가리지 않고 '2회 이상'에 해당되면 가중처벌하는 것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10년 또는 20년 전 음주운전 처벌 경력까지 가져다가 가중처벌하는 것은 공소시효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또 이처럼 법률 원칙에 어긋난 처벌 만능주의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도 음주운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만7000여 건으로 이로 인해 287명이 사망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음주운전 적발자 중 2회 이상 적발된 사람 비중이 45%에 달한다고 밝혔다. 엄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범죄 예방 효과는 미미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국회는 여전히 입법 지상주의와 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재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기업인 처벌을 대폭 강화한 중대재해법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번 위헌 결정을 계기로 국회는 명분과 의욕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원칙에 맞게 법률 제·개정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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