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서울시 다주택자 고위직 승진 불이익, 집 가진 게 죄인가

입력 2021/11/27 00:02
서울시가 26일 다주택자 공무원들에게 3급 이상으로 승진하고 싶으면 집을 팔라고 지시했다. 1주택자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승진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는 시민 눈높이에 부합되는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사실상 인민재판식 기준이다. 2주택자나 3주택자가 뇌물수수 같은 부도덕 행위를 더 많이 한다고 연결 지을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국민 눈높이'를 근거로 도덕성이 낮다는 낙인을 찍었다. 다주택자를 아무 근거 없이 잠재적 부패 공무원으로 몰며 죄인 취급한 것이다. 법치국가의 행정이라고 볼 수 없는 일이다.

승진은 능력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건 초등학생도 안다. 국가공무원법 40조와 지방공무원법 38조는 '승진 임용은 능력의 실증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택 보유는 능력과 아무 관련이 없다. 2주택자라는 이유로 능력과 경력이 뛰어난 공무원을 승진에서 떨어뜨린다면 공무원법 위반이다. 헌법 11조가 규정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역시 침해한 것이다. 서울시 방침대로라면 시가 30억원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사람은 승진이 되고 시가 7억원 주택 2채를 갖고 있는 사람은 능력이 뛰어나도 승진에서 탈락하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차별을 강행하겠다는 것인가.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도 침해하고 있다. 승진을 무기로 집을 팔라고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산 처분의 자유를 부인하는 행태다.

다주택자를 승진에서 배제한 건 지난해 7월 경기도가 처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도지사였던 시절 도입했다. 올해 1월 전북 전주에 이어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마저 다주택자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이 후보 따라 하기에 나섰다. 오 시장은 포퓰리즘 배격을 기치로 내건 보수정당 소속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인기에 영합할 목적으로 공무원들을 인민재판식 낙인찍기의 표적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반헌법적인 이번 조치는 당장 철회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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