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노동계 표심 겨냥한 노동이사제 힘으로 밀어붙여선 안된다

입력 2021/11/27 00: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밀어붙이려 하자 경제계가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경총 대한상의 중기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는 25일 성명에서 "대립적인 노사관계 현실에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이사회가 노사 갈등 현장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앞세워 힘으로 강행 처리하려는 노동이사제에 대해 입법 중단도 촉구했다.

이 후보는 22일 한국노총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신속히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24일에는 야당과의 협의마저 건너뛰고 노동이사제를 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해줄 것을 민주당에 주문했다.


공공 부문부터 도입한 뒤 민간으로 확대하자는 게 이 후보의 구상이다.

노동이사제는 노조 임원이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로, 문재인정부의 대선 공약이다. 민주당은 "경영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하지만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감안할 때 경영 간섭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노동이사가 이사회에서 복리 후생만 고집하면 노사 갈등으로 이사회가 파행을 빚을 수밖에 없다. 투자와 고용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도 늦춰져 경영 효율도 악화된다. 대학 교수 중 62%가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철밥통' 비판을 받는 공공기관 구조 개혁도 더 힘들어질 것이다. 노동이사제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인 우리의 경제 시스템과도 맞지 않는다.


여당은 노동이사제 모델로 독일을 꼽지만, 독일은 노동계 대표가 참여하는 감독이사회와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경영이사회가 분리돼 있다.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가 노동이사제에 매달리는 것은 노동계 표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얼마 전 대한상의에서 "나는 1등 친기업 단체장"이라며 규제 혁파를 다짐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기업의 열악한 경영 환경은 외면한 채 노동계 표만 의식해 약속을 뒤집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 후보와 여당은 입법 독주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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