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댓글은 양념이라더니 비판 많다고 게시판 닫은 민주당 위선 [사설]

입력 2021/12/08 00:01
수정 2021/12/08 00:02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 게시판을 연말까지 폐쇄하겠다고 한다. 당원 게시판은 당비까지 내는 진성당원들이 당과 관련된 제안이나 이견 등을 가감 없이 분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소통의 공간을 닫는 건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고 언로를 막는 반민주적 처사다. 민주당에서 '민주'를 빼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지도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리당원 게시판이 "완전히 공론장 기능을 상실하고, 일종의 욕설과 말의 배설구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오죽하면 이런 결정을 내렸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간 민주당 행태를 되짚어보면 폐쇄 결정에 공감하기 힘들다. 2019년 게시판을 개설할 때 민주당은 "당원이 주인인 정당으로 가는 매우 중대한 진전"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엔 '배설물'이 아니라 '당의 에너지원'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자폭탄을 "경쟁을 아름답게 하는 양념"이라며 면죄부까지 줬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좌표를 찍은 반대 세력에 욕설 댓글과 문자폭탄으로 응징하는 게 일상사가 된 이유다. 육두문자와 모욕적 내용으로 도배된 댓글과 문자폭탄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해도 뒷짐만 지고 내심 즐긴 게 민주당이다. 생각이 다르면 자기편도 예외가 아니었다. 2년 전 공수처 설치법을 반대한 금태섭, 조응천 의원은 해당행위자로 찍혀 연일 문자폭탄 공격을 받았지만 지도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때 집중 공격할 야당과 당내 이견 세력 좌표를 찍는 플랫폼으로 활용한 게 바로 권리당원 게시판이다. 그러다 갑자기 이재명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글이 넘쳐나자 이를 참지 못하고 게시판을 토사구팽시켰다.


이러니 이중 잣대, 위선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테러 수준의 댓글 폭력에 대해선 지지층이라도 따끔하게 안 된다고 선을 그어줘야 했지만 이를 방치한 게 부메랑이 됐다. 내년에 실명제로 게시판을 다시 열겠다지만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비판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설득시키는 게 정치다. 곧바로 당원 게시판부터 다시 열어야 한다. 당원들의 쏜소리부터 듣는 게 민주정당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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