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피살 공무원 이젠 사망원인·은폐의혹 밝힐 차례다 [사설]

입력 2022/05/24 00:01
수정 2022/05/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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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 서해 피격사건 관련 진실을 듣는 국민 국감`에서 사건 희생자의 형인 이래진 씨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 모씨가 20일 법원에서 법적으로 사망을 인정받았다. 사건 발생 1년8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씨가 업무 수행 중 순직한 것인지, 문재인정부의 발표대로 월북하다 피살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문재인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항의는커녕 진상 규명에 필요한 우리 정부 측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문재인정부는 사건 직후 "도박 빚에 시달리던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했을 뿐 이를 입증할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족들이 "월북할 이유가 없다"며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국가안보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유족이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작년 11월 "군사기밀을 제외하고 공개하라"는 판결까지 내렸는데도, 청와대가 불복하고 항소해 정보 공개가 무산됐다. 게다가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해당 정보를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해 봉인해버린 상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이들 기록물은 최장 15년(사생활기록물 30년)간 공개되지 않는다. 기록물에는 당시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 파일과 청와대 보고 내용, 정부 대응 과정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나 관할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윤석열정부가 문재인정부의 항소를 취하하더라도 기록물을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국회 동의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2013년 '남북정상회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사건'처럼,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고등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받아 대통령기록물을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유족들은 이씨를 공무 중 순직으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또 문재인정부를 상대로 살인 방조와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소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의 순직 여부를 가리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그 당시 자료들을 살펴봐야 한다. 이제라도 이씨 사망 원인과 은폐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 유족들의 한을 씻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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