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80%가 허용 찬성하는 안락사 입법 검토할 때 됐다 [사설]

입력 2022/05/26 00:01
수정 2022/05/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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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8명이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 입법화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무의미하게 수명을 연장하기보다는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2021년 3~4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3%가 안락사 법제화에 동의했다. 5년 전인 2016년 조사했을 때엔 찬성 비율이 41.4%였는데 그사이 2배 가까이 높아졌으니 엄청난 인식 변화다.

한국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20년 사회적 논쟁 끝에 2018년 2월부터 연명치료 중단이 합법화됐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등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안락사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의사조력자살은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환자 스스로 투약하는 것으로 이 역시 안락사에 해당한다.

안락사는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긴다는 사실 때문에 찬반 논쟁이 뜨거운 주제다. 다만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사회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연명치료 거부를 서약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수는 3월 현재 123만명에 달하고, 실제로 연명치료를 중단한 사례도 21만건을 넘어섰다. 이처럼 존엄사에 대한 긍정 여론이 확산되면서 안락사에 대해서도 국민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건강이 악화되면 스위스에서 안락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는 등 해외에서 논의가 활발해진 것도 이유다.


안락사를 찬성하는 이들은 '남은 삶의 무의미' '좋은 죽음에 대한 권리'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2002년 네덜란드가 처음으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이래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콜롬비아 등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락사에 대한 찬성 여론이 커진 만큼 우리도 웰다잉(Well-Dying·좋은 죽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입법을 검토할 때가 됐다. 품위 있는 삶이 중요하듯 품위 있는 죽음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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