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소장 공관 앞 등산로 재개방, 이게 한 달이나 걸릴 일이었나 [사설]

입력 2022/07/01 00:01
수정 2022/07/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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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소장공관삼청동에 위치한 헌재소장공관이 내부 공사 중이다. [이승환 기자]

청와대 개방과 함께 열렸다가 다시 폐쇄된 헌법재판소장 공관 앞 북악산 등산로가 이달 2일부터 재개방된다고 한다. 소음 피해를 이유로 문화재청이 갑자기 폐쇄해 여론의 빈축을 산 지 한 달 만이다.

막혔던 등산로를 다시 여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헌재는 지난 29일 "문화재청과 '등산로 재개방'에 대해 실무협의를 진행한 결과"라고 했는데 이 문제가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두 기관 협의까지 거쳐 해결했어야 할 일인지 의아하다. 등산로 폐쇄는 헌재 측이 사생활 침해와 소음 발생 등을 이유로 문화재청에 요청하면서 일사천리로 이뤄진 일이다.

주말에는 하루 3000명 정도 이용하던 이 길을 갑자기 막으니 시민들 불만이 쇄도했다. 그 불만에 귀 기울이고 헌법재판소장이 요청했다면 곧바로 재개방할 수도 있었던 일로 보인다.


굳이 관계기관 협의까지 거쳐가며 한 달을 끌 일인가.

애초에 등산로를 폐쇄한 과정부터 이해 못 할 대목은 한둘이 아니다. 헌재 공관은 대지 2810㎡(850평), 임야 8522㎡(2578평)의 넓은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넓은 공간을 쓰면서도 '시끄러우니 등산로를 막자'고 나선 그 권위주의적 발상을 납득하기 어렵다.

또 시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쏟아지는데도 정작 당사자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은 한마디 입장 표명조차 없었다. 시민들 불편이나 불만은 '내 알 바 아니다'는 듯한 태도 아닌가. 이번 사태는 후진국형 공관 문화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막대한 세금으로 구중궁궐처럼 운영되는 공관은 구시대 유물이다. 이참에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장 등의 공관 문화는 재정비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과 부통령에게는 공관이 제공되지만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은 자택에 거주한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역할을 동시에 하는 미국의 연방대법원장도 자택에서 출퇴근한다.

그나마 7월 1일 임기를 시작하는 민선 8기 광역단체장 17명 중 14명이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자택에서 출퇴근하기로 결정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국민권익위가 전국 공관과 관사 전반에 대해 실태를 조사 중이라는데 불필요한 공관은 개방하거나 매각하는 등 대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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