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반도체 이어 전기차, 미국발 공급망 재편 적응해야 생존한다

입력 2022/08/10 00:02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반도체에서 전기차 배터리로 확대되고 있다. 7일 미국 상원은 중국이 아닌 나라에서 배터리 소재·부품을 조달해야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대당 최대 7500달러까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무기 삼아 중국 제품이 70~80%를 장악한 세계 배터리 시장을 재편하려는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3690억달러를 투입해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배터리에 중국에서 채굴·가공된 소재·부품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사용해야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강력한 조건을 달았다.


한마디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중국 배제 전략이다. 이 법안이 하원에서도 통과되면 당장 내년부터 중국산 원자재·부품 비중을 낮추고 미국에서 조립한 비중을 40~50%로 높여야만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2029년에는 그 비중을 100%로 높일 예정이라고 하니 사실상 미국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퇴출시키려는 시도다.

현재 미국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한 채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업체조차 법안에 반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차와 배터리도 비상인 것은 마찬가지다. 중국산 원자재·부품을 일정 비율 이하로 낮춰야 하는 과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미국 공장에서 하루아침에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난제도 있다.

미·중 패권 전쟁으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은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자유무역이라는 원칙이 무너지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으로도 공급망 재편은 번져갈 것이다. '뉴노멀'이 되고 있는 이런 흐름이 한편으로는 위기인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을 적극 활용하고 수출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춘다면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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