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난리에 홍수위험지도 무용지물로 만든 한심한 환경부 [사설]

입력 2022/08/18 00:02
수정 2022/08/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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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침수된 차량을 버리고 운전자들이 대피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환경부가 홍수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시민들에게도 공개한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이 정작 물난리에선 소용이 없었다니 한심하다. 지도를 확대해서 보는 기능을 제한해놓은 탓에 폭우 때 홍수 취약 지역을 시민들이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접속 폭주로 지도 확대 기능을 일부 제한했고 홍수 피해가 잠잠해지면 정상화할 예정이었다"고 했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홍수 때 침수 범위와 깊이를 표시하는 홍수위험지도를 평상시에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비가 쏟아질 때 관심이 집중되고 접속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폭우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던 8일 밤 해당 사이트가 일시 먹통이 된 것도 물난리로 시민들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서버 용량을 충분히 갖춰놓기는커녕 접속이 몰린다고 폭우 때에 꼭 필요한 기능까지 제한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환경부는 1999년부터 홍수위험지도를 제작해왔다. 전국 하천과 침수 위험 지역을 조사하느라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도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홍수위험지도에는 하천홍수위험지도와 내수침수위험지도가 있다. 폭우 때 빗물 처리용량이 강우량을 감당하지 못해 물에 잠기기 쉬운 곳을 알려주는 것이 내수침수위험지도인데 아직 대부분 지역이 미제작 상태다. 최근 폭우 피해가 컸던 서울만 해도 25개 자치구 중에 7곳만 정보가 입력돼 있다. 경기도는 70% 이상이 제작되지 않았다.


내수침수위험지도가 일찍이 제작됐더라면 침수 예상 지역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치수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함부로 삭감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 피해는 앞으로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등 선진국은 주소만 입력하면 강우량에 따른 침수 예상 지역과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찌감치 구축해놓고 있다. 이들 국가에 비하면 우리 정부의 대응은 너무 안이하다. 환경부는 홍수위험지도를 하루빨리 완성하고 시민들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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