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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정치논리 앞세운 주택공급대책

최재원 기자
입력 2020.08.07 00:05   수정 2020.08.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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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특별 지시로 정부가 한 달 만에 내놓은 공급대책이 발표 직후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공급 대상지로 발표된 태릉·상암·과천 등의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조차 줄줄이 반기를 들고 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파악된다.

핵심은 이번 공급대책이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충분히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수급균형을 이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경제논리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강남을 잡겠다"고 접근한 것이 패착이다. 정부는 공공재건축에 파격적인 종 상향과 용적률 인센티브를 준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인센티브의 최대 70%를 기부채납하고 사업 주도권도 사실상 공공기관에 내주라는 제안을 받아들일 조합은 없다. 당초 공공재건축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예외로 하고 공공이 관여하지 않는 민간 재건축에도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강남 특혜는 안 된다는 정치논리에 가로막혔다. 서울시 책임자는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이번 대책은 6·17 대책 이후 급격히 나빠진 3040세대 민심을 달랠 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여전히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 오히려 서울 강북을 중심으로 지역 차별 불만까지 야기시켰다. 대책 발표 전부터 유휴 용지 활용 후보로 거론된 태릉·상암 등에선 불만 목소리가 컸다. 강남권 그린벨트는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면서 건드리지 않고 노원·중랑구의 휴식공간인 태릉 골프장은 없애고, 서북권의 랜드마크 업무·상업용 개발용지에 고밀 공공주택을 몰아넣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주민 불만은 극에 달했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강남 집값을 더 올렸고 비강남 지역에 공공주택을 대량 건설해 교통난만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실무자에 대책 초안을 마련해 가져오게 한 뒤 중앙정부 판단대로 결정해 발표하는 관행도 문제다. 사회 전반에서 수직적 관계보다는 수평적 관계가 확산되면서 이제 지방정부도 자기 목소리를 여러 수단을 통해 내놓는 상황이다.


특히 주택 건축과 같은 현장 실무가 중요한 정책의 경우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고 결정권한 자체를 더 많이 이양해줄 필요가 있다.

[부동산부 = 최재원 기자 himiso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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