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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우리가 아는 삼성, 모르는 삼성

김정환 기자
입력 2020.10.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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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삼성 독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데, 세수 측면에서 보자면 삼성 빼고는 얘기가 안 돼요. 솔직히 국가 세입에서 삼성이 내는 세금은 상당히 고마운 존재예요."

얼마 전 만난 경제부처 고위 관료 A씨 말은 미묘한 뒷맛을 남겼다. 재벌 개혁 기치를 높이 내건 이 정부 들어서 그 비슷한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정권 철학을 앞장서 실천해야 할 고위직 관료 아닌가. 그로부터 며칠 뒤인 25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했다. 당장 여권을 중심으로 재벌 개혁 목소리가 나왔고 삼성 지배구조 개편 핵심 변수가 될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국회 심사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뉴 삼성'에 대한 혹독한 신고식이 기다리고 있다. 그때 A씨 말이 떠올랐다. 국가 세입을 책임지다시피하는 삼성에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정책은 따로 노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번 찾아봤다. 국가 세입에서 삼성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지난해 국세 수입(293조원) 주축은 단연 법인세다. 국세 24%인 72조원이 법인들로부터 걷혔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법인세 16%를 삼성전자가 냈다는 점이다. 2015~2017년만 해도 삼성전자 법인세 납부 비중은 4~6%였지만 이듬해 10%를 넘더니 지난해 전체 6분의 1을 '나 홀로' 납부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이 3%포인트 인상된 영향이 크다. 부자 기업 잡겠다고 증세한 건 알겠는데 그만큼 나라 살림에서 삼성 의존도는 심해졌다. 삼성전자가 낸 법인세는 고용·복지 총예산(180조원)의 6%에 달한다. 만약 삼성이 빠지면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이 정권이 맛들인 현금복지의 큰 축이 흔들린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 당 대표 시절 "삼성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며 재벌 개혁을 강조했다. 삼성이 진짜 지배하는 건 국가 세입이다. 이 정권은 그 세입에 기대 현금복지를 확대하며 표심을 구축하고 있다. 그렇게 모인 표심으로 재차 삼성을 공격하며 경영권을 흔든다. 이 구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경제부 = 김정환 기자 flam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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