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기자24시] '다주택자 0' 공직사회가 정상일까

입력 2021/04/19 00:06
수정 2021/04/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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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연락하기 힘든 고위공직자와 직통 전화할 수 있는 '웃픈(웃기고 슬픈)' 방법이 있다. 그들의 재산신고 내역에 대해 묻는 것이다. 대개 바로 답이 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공직사회가 투기 의혹에 얼마나 예민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자가 속한 매일경제 'LH 사태 TF팀'은 수백 명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살펴봤고, 20~30명의 고위공직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얘기를 들었다. 토지·주택 등 그들의 부동산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놀랍게도 대부분 수긍이 가는 '스토리'였다. "부모님 모시느라" "배우자와 사별해서" "배우자가 상속받아서" 등이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더니 핑계 없는 부동산도 없었다.

정부의 다주택 처분 기조는 매우 강경하다.


청와대 참모는 사실상 '다주택자 제로(0)'이고, 정부부처 장차관들도 그러하다. 공직자들은 '집이냐 직이냐'를 두고 양단간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가 고위공직자 398명의 재산신고를 전수조사해보니 주택 467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공직자 1명이 평균 1.1채를 보유한 건데 공직자가 인구 분산 정책을 위해 세종시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높은 숫자는 아니다.

다주택 처분 기조는 공직사회 내 '기형'을 낳았다. 세종시에서 일하는데도 세종 아파트를 처분하고 '똘똘한 한 채' 서울 강남 아파트를 남긴 경우, 주택을 매각하고 그 집에 전세로 다시 들어가는 경우 등이 있다. 서류상 1주택자가 되고자 공직자들은 전세제도를 애용하고 있다.


또 주택으로 분류되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대신에 틈새 전략으로 분양권이나 상가 투자를 늘리는 경우도 꽤 있었다.

물론 기자가 살펴본 고위공직자 재산에는 한계가 있다. 그들이 신고한 재산 내역과 등기부등본 정도만 볼 수 있다. 독립생계 등을 이유로 공직자의 부모나 자녀가 재산 고지를 거부하면 볼 수 없고, 차명 거래나 법인을 이용한 투기도 걸러낼 수 없다.

부동산에는 다 제각각 '스토리'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처럼 1주택자를 기준으로 잘랐다. 기형을 낳고 차명·법인 투자를 오히려 부추겼다. 헌법이 보호하는 재산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

[사회부 = 박윤예 기자 yespy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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