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기자24시] 아이파크 매몰후 엿새

박홍주 기자
입력 2022/01/18 00:04
수정 2022/01/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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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악을 써야 조금씩 해준다는 게 더 화가 납니다."

아파트 한쪽 구석이 무너진 자리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또다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난 11일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붕괴돼 공사장 인부 여섯 명이 매몰된 지 엿새가 흘렀지만 여태까지 시신 한 구만이 가족에게 돌아왔다. 실종자 가족 대표를 맡고 있는 안 모씨(45)는 차가운 시멘트 더미 아래 있는 매형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매형이 살아 있기를 바라는 소망은 야속하게도 하염없이 늦어지는 수색작업에 점차 분노로 바뀌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실종자 가족들이 며칠 동안 요구한 뒤에야 해체용 크레인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안씨는 "건설사는 장비는 물론이고 인력을 투입할 의지조차 없다"며 "우리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면 되지만 남은 문제는 누가 해결하겠냐"고 말했다.

안씨의 절규는 아파트가 올라가던 과정을 보면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번 아파트 붕괴 참사는 마치 예고라도 됐던 것처럼 불길한 전주곡을 울리고 있었다. 지난해 6월 인근에 있는 학동 재개발 구역에서 건물을 철거하려다 도로로 시멘트 더미가 쏟아져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아파트 붕괴는 그로부터 불과 7개월 뒤 일어났다.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나 공사 관계자의 각종 증언을 종합하면 이번 참사 또한 인재(人災)에 가깝다. 콘크리트를 충분히 말리지 않았고 공기 단축에만 급급했다는 정황 또한 속속 나오고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연달아 터지고 27년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 가까이 바뀔 시간이 흘렀는데도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또 벌어졌다니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이미 건설사 회장은 물러났고 아마도 담당 공무원들은 책임이 없던 것처럼 각종 대책을 또 내놓을 것이다.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이번 참사도 시간이 흐르면 잊힐 것이고 그러면 또 다른 참사는 어디선가 터질 것이다. "날마다 죽고 다치는 참사가 일상화되면 그 사태를 바라보는 인간의 감수성이 마비된다." 처참한 몰골로 변한 아파트 잔해 더미를 바라보면서 소설가 김훈의 이 말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사회부 = 박홍주 기자 ho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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