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기자24시] 제2의 SK하이닉스를 위한 조건

입력 2022/01/25 00:04
수정 2022/01/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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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다음달 그룹 편입 10주년을 맞는다. 10년 전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을 고민하던 SK하이닉스는 이제 연간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국가대표 기업으로 거듭났다. 인수 직전인 2011년 시가총액 약 13조원으로 국내 14위였던 기업가치는 지난해 시총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성장은 SK그룹의 안정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적기 투자 덕에 가능했다. 편입 직후 SK하이닉스는 전년인 2011년 대비 10% 이상 늘어난 3조8500억원을 투자했다. 업황 부진으로 대부분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축소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결정적인 투자의 배경에는 최태원 SK 회장의 결단과 이를 실행에 옮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의 2인3각 체제가 있었다.


인수·합병(M&A)을 마친 날 최 회장은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고 전해진다.

코로나19로 급격한 산업 환경 재편이 이뤄지는 현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성공 방정식은 다시 들여다볼 만하다. 하나의 국가 대표급 기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과감한 투자 결정과 이를 10년 넘게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끈기가 자양분으로 필요하다.

제2의 하이닉스를 꿈꾸며 많은 기업이 투자를 고민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아 결단이 쉽지 않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됐지만 처리되지 못한 기업결합 건수는 865건에 달한다.


글로벌 패권 국가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타국 M&A를 견제하는 상황에서 정작 우리 정부마저도 미온적으로 대응하니 어려움이 배가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마저 이 같은 상황을 보고 "유럽연합(EU)이 구글을 규제하려고 하면 미국 정부가 나서서 보호하는데 우리는 반대"라면서 공정위를 향해 "심히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토로할 정도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글로벌 환경에서 국가대표 기업을 만들어내는 일은 기업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우리 정부도 나서서 힘을 합쳐 '팀 코리아'로 움직여야만 한다. 포스트 코로나는 제2의 하이닉스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골든타임이다.

[산업부 = 오찬종 기자 ocj212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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