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기자24시] 제2·제3 둔촌주공 사태 막으려면

입력 2022/05/2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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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말이 되면 부동산부 기자들은 '양치기 소년'이 된다. 언론사마다 다가올 신년에 주목할 분양단지 기사를 쓰는데, 분양 일정이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은 기자들을 민망하게 하는 대표적인 단지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벌써 4년. 급기야 최근에는 '올해는 하겠지'가 아니라 '언젠가 하긴 하겠지'로 바뀌었다.

지난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둔촌주공 사태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기사를 쓰면서도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갈등의 씨앗이 된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019년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3.3㎡당 3550만원에 일반분양가를 책정했는데, 당시 고분양가 통제를 맡았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가를 2900만원으로 제시했다. 주변 시세가 4000만원이던 때였다.


결국 시세와 차이가 있는 분양가를 조합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 집행부가 바뀌고 새로운 집행부는 종전에 시공사와 맺었던 공사비 증액 계약을 문제 삼으며 사달이 났다. 정부의 고분양가 통제가 둔촌주공의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더라도 갈등의 시발점이 된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건설 환경이 제2, 제3의 둔촌주공 사태를 촉발할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철근 값은 넉 달째 인상됐고,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서 레미콘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원가 인상 압력은 커지는데,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조합 등 사업자가 이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일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과 서초구 신반포15차, 신반포4지구는 내년으로 분양 일정이 밀렸다. 급기야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과 성남시 신흥1구역, 수진1구역 등은 시공사 선정에도 애를 먹고 있다. 어쭙잖은 공사비와 일반분양가로는 집을 못 짓겠다는 건설사와 조합들이 늘어난 탓이다.

정부가 다음달 내놓겠다는 분양가 제도 개편안에는 '시장 원리'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 과도한 분양가 통제부터 바로잡아 나와야 할 분양 물량이 제때 나오게 되면 이제 기자도 양치기 소년 신세를 면할 수 있지 않을까.

[부동산부 = 유준호 기자 yjunh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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