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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 잡으면 캐디 팁 준다고?

입력 2020.05.16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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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오딧세이-48] 지난달 골프 월례회에서 경기를 마치고 게임에서 모인 돈으로 캐디피 13만원을 지불했다.

한 동반자가 나에게 잘했다고 살짝 귀띔했다. 캐디피가 12만원에서 1만원 올랐는데 팁까지 붙여줄 필요가 있겠느냐고 토를 달았다.

오랜 구력에다 회원권 보유자인 이 동반자는 사실 캐디에게 팁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쪽에 가깝다. 거리 측정과 클럽 선택, 그리고 그린에서 마크하고 공 닦고 라인 읽는 것까지 본인이 알아서 다 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에게 캐디가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카트 운전이다. 간혹 페어웨이를 걸어다닐 때는 아예 캐디 자체가 필요 없다. 그에겐 팁뿐 아니라 캐디피마저 아깝다는 생각도 무리가 아니다.

코로나사태 와중에도 골프장이 붐비면서 골프비용도 1만원씩 올랐다. 그린피는 물론 대중골프장 캐디피와 카트피가 13만원과 9만원으로 올라 정착되는 분위기다.

여태 골프를 하면서 늘 궁금한 게 캐디에게 주는 팁이다. 과연 줘야 하는지, 주는 시점은 언젠지, 준다면 금액은 어느 정도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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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회 회원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무난한 서비스를 전제로 종료후 1만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른 골프 모임에서도 보통 이 정도다.

내기가 붙었을 때는 먼저 버디를 잡은 사람이 주는 1만원을 포함해 2만원을 팁 상한선으로 생각하는 답변도 많았다. 버디를 잡을 때마다 1만원씩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글을 잡으면 1만~2만원, 홀인원을 하면 5만~10만원을 캐디에게 팁으로 주는 경우도 있다.

캐디에겐 캐디피만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캐디피 자체가 기본 서비스에 대한 대가이기에 여기에 돈을 더 얹는다는 것은 팁에 팁을 더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팁을 주고 싶지 않아도 나만의 경기가 아닌 데다 팁을 주는 동반자를 말릴 수도 없어 애매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캐디 도움 없이 모든 것을 알아서 척척 해내는 독립골퍼에겐 사실 팁의 의미가 없다.

버디를 잡더라도 내기가 걸려 캐디 도움이 결정적일 때 팁을 줘야지 친선경기에서 버디 팁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다. 자영업자인 동반자는 본인의 힘으로 버디나 이글을 잡으면 설령 내기가 걸렸더라도 캐디에 팁을 건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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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설명을 잘 하거나 그린에서 경사와 라이를 꼼꼼히 살펴 진정한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하다며 팁을 준다.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팁을 날리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친구 중 한 명은 항상 경기 시작 전 팁을 준다. 이왕 줄 거라면 미리 줘야 분위기를 녹이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식집에서 직원에게 미리 팁을 전하는 식이다.

하지만 18홀 동안 서비스한 것을 본 후에야 팁을 줘야 한다는 파가 대부분이다. 선불이 좋으냐 후불이 좋으냐 차이다.

간혹 초보자를 동반할 때 캐디에게 각별히 서비스를 부탁하면서 따로 팁을 1만~2만원 미리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는 경기진행과 안전 문제로 캐디의 밀착 서비스가 요긴하기 때문이다.

버디를 잡아 팁을 주더라도 동반자가 보는 데서 줘야 중복을 피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팁을 남발하는 우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버디를 잡은 사람이 동반자에게 버디 값을 받아 팁을 캐디에게 건낸 경우 뒤이어 버디 잡은 사람이 팁을 의무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캐디 대신 차라리 버디를 연속 당한 동반자에게 버디 값을 돌려주는 게 훨씬 현명하다. 연타로 버디를 맞아 그로기(Groggy) 상태에 빠진 동반자를 외면하고 캐디에게만 계속 기분 내는 것도 돌아볼 일이다.

팁도 게임에 걸린 판돈이 아닌 따로 개인 호주머니에서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기종료 후 판돈으로 재분배 과정에서 패한 동반자를 배려하기 위해서다.

"팁은 내 기분이 내켜서 주면 되지 강제성이 없기에 전혀 부담 갖지 않아도 됩니다. 골프대중화 시대에 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 것엔 반대합니다."(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

과한 팁은 부작용이 따른다. 몇 년 전 태국 칸차나부리에 골프투어를 간 적이 있다. 현지 캐디가 잃어버린 공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대부분 내가 경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을 때 분실구를 찾아낸다는 사실을 뒤에 알았다. 기분이 좋아 팁을 주곤 했는데 내 공의 브랜드를 기억해 두고 동종의 공으로 알까기를 한 것이다. 한국인의 팁 남발을 역이용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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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회원제 골프장엔 매년 회원을 대상으로 캐디상을 수여한다. 캐디들이 그 해 매너가 가장 좋은 회원을 선정해서 주는 상이다.

물론 매너 좋은 골퍼들이 뽑히기도 하지만 팁을 후하게 주는 회원이 주로 선정된다. 그 골프장에 전해오는 괴담이 있다고 한다.

캐디상을 받은 다음해 반드시 회원권을 팔고 나간다는 것이다. 내키는 대로 흥청망청 돈을 뿌리는 식으론 그 사람의 사업도 성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캐디로선 팁을 받아 싫지는 않겠지만 골프 매너가 엉망이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과한 팁은 캐디 멘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호의가 반복되면 무언의 권리가 되기 싶죠. 초심을 잃지 않으려 이런 점을 항상 경계하며 스스로를 추스릅니다."

남양주 소재 비전힐스CC에서 근무하는 한 캐디의 말이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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