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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쇼핑요정의 후회없는 구매리스트

입력 2020.07.02 15:01:00 수정 2020.07.02 15: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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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의 미니멀라이프 도전기-40] 미니멀라이프 도전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산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도전한 지 2년인데 여전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니, 이쯤되면 '나이롱미니멀리스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오늘의 주제처럼 말이다.

과거에도 사치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구매를 망설이다 보면 어느 순간 결제버튼을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했다. 뭔가에 꽂히면 관련 제품의 리뷰를 몽땅 훑어보고 그 물건을 이미 구매했을 법한 다른 쇼핑요정들을 열심히 취재하며 귀찮게 굴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구매한 제품들 중에 꽤 많은 친구들이 미니멀라이프 도전 과정에서 내 손을 떠나갔다. 정말 당장 사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할 것 같이 굴다가 우리 집에 오고 나면 찬장 신세였던 물건들이 얼마나 많던가. 아, 갑자기 5년 전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보고난 후 마음을 뺏겨 구매했던 튀김기가 생각난다. 두 번 쓰고 내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튀김기야 잘 있니?

하지만 미니멀라이프에 도전하기 전 '지름신'을 받들어 샀고, 또 '버림신'을 거쳐가면서도 살아남은 꽤 훌륭한 물건들이 우리 집에는 꽤 남아 있다. 그 친구들만큼은 당당히 소개해도 되지 않을까(물론 튀김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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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샤오미 홈페이지 여름을 맞아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는 물건 중 하나인 무선선풍기가 그 중 하나다. 사실 무선선풍기는 '안방에 놓을 선풍기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내 주장을 받아들인 남편이 구입한 것이다. 한여름 늦은밤, 거실에 켜 두었던 선풍기 코드를 뽑고 질질 끌고 안방에 가져가 다시 코드를 꽂는 과정이 몹시 귀찮았던 나는 그에게 제발 선풍기 좀 하나 더 사자고 외쳤더랬다. 여하튼 이러한 이유로 구입한 최신식 선풍기는 전원 코드를 꽂으면 바람이 나오면서도 충전이 된다. 안방에서 밤새 잘 돌던 선풍기를 거실로 옮기는 데 큰 불편함도 없다. 콘센트에서 전원코드를 뽑고 거실 콘센트를 찾아 꽂는 불편한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리함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선풍기가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여름을 날 수 있었다. 덕분에 예전 선풍기는 꼭 필요한 분들이 쓸 수 있도록 기부를 하게 됐으니, 미니멀라이프에도 기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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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다이슨 홈페이지 무선청소기는 '청소알레르기'가 있는 나를 그나마 움직이게 하는 물건이다. 안그래도 하기 싫은 청소지만 전원 코드를 길게 뽑고 콘센트에 꽂는 과정을 통해 '하기 싫다'는 마음이 극대화 되는데, 이 동작이 사라지니 한결 몸을 움직이기가 가뿐해졌다. 역시 몸이 편해야 일을 하게 되는 걸까. 얼마 전 6년을 버티던 무선청소기가 망가져 새로 구입했는데, 망가질 때까지 쓰고 또 같은 제품(물론 버전은 업그레이드가 되었지만)을 샀다는 것은 아주 잘 산 물건이라는 방증일터다.

미니멀라이프에 도전하는 와중에 고민해 구입한 물건들은 공간과 편의를 놓고 고민하는 과정을 통과한 '승자'들이다. 공간을 포기하더라도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면 기꺼이 구입하겠다는 나의 쇼핑 원칙은 끝없는 비움의 과정에서도 나에게 쇼핑 욕구를 부추겼다. 이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구입한 물건 중에서도 당연히 실패한 물건이 있지만 과거에 비해 실패 확률은 확연히 줄었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만족스러운 물건은 정수기이다. '물맛'을 중요히 여기던 남편 때문에 5년간 생수를 꼭 사서 먹었지만 매번 주문하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생수를 주문하다보면 또 생수만 주문하게 되지 않지 않은가. 세상에는 맛있는 주전부리가 너무 많고 생수를 주문하다보면 이런 '입친구'들도 함께 장바구니에 담게 된다.

정수기를 주문하니 이런 입친구들을 생각없이 클릭해 장바구니에 넣는 행위는 과거의 일이 됐다.

정수기가 주방 한쪽을 차지하고 있어 불편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수기를 들이며 커피포트와 분유포트를 치울 수 있게 돼 공간 활용이 더욱 좋아졌다. 주방 한쪽에 쌓여 있던 생수통 탑도 사라져 더욱 쾌적한 주방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한 '덩치' 차지하는 건조기도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준 좋은 아이템이다. 젖은 빨래를 건조대에 거는 과정을 줄여주면서 워킹맘의 수면시간을 30분 이상 늘려줬다. 게다가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건조기만큼 '한 덩치'하는 빨래 건조대와 이별할 수 있었으니 공간적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에어프라이어는 식사 준비시간을 줄여주는 좋은 가전이다. 사실 전자레인지와 오븐이 있기 때문에 구입을 가장 망설이던 제품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며 오븐을 처분했다. 오븐보다 조작이 쉬우면서 비슷한 역할을 해 내다보니 아이 둘을 챙기며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엄마로서는 훨씬 삶이 편해졌다. 오븐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불편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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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스트 역시 지난 번 '필요없는 물건 리스트'처럼 남에게 보이기 위한 쇼핑리스트는 아니다. 다만 나이롱미니멀리스트 도전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조언은 '그래도 필요한 것'이라면 구매할 수 있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만 차지하고 쓸모없어지는 충동구매는 물론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현명한 쇼핑 역시 미니멀리스트의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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