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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전 부총리 “점점 더 농업에 빠져드네요“

입력 2020.09.22 15:01:00 수정 2020.09.22 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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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농업대서 농업 예찬한 김 전 부총리
"농업은 4차 산업혁명 최고의 혁신분야"
`소셜 임팩트 기업`에 대해서도 관심 당부
"경제·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하는 기업들"
[정혁훈 기자의 벤처농업대 체험記-13] 코로나19가 참 못됐습니다. 한국벤처농업대학 9월 수업이 개교 이래 처음으로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됐으니 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강도 두 달 늦어지고, 수업이 1박2일에서 하루 짜리로 조정된 것도 안타까웠는데 말이죠. 그런데 뭐 어쩌겠습니까. 평생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말이지요.

그렇다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만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말이 쉽지 집에서 오후 내내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을 계속 참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을 듣느라 집에서 뒹굴고 있는 대학 3학년 큰 딸과 고2 둘째 아들을 보면 압니다. 다행히도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서울 내곡동에 위치한 벤처농업대학 사무국은 평소에도 잘 다니던 곳이어서 반가운 분들도 직접 뵐겸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었던 우리 20기 다른 동기생들보다는 좀더 편하게 수업에 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날 온라인 수업엔 반가운 분이 나타나셨습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입니다. 사단법인 유쾌한반란을 만들어 사회 혁신 운동에 나서고 계신 김 전 부총리를 처음 뵌 건 10년 전이었습니다. MB정부 시절 기획재정부를 출입하고 있을 때 김 전 부총리가 청와대 경제비서관과 국정과제비서관을 마치고 예산실장으로 부임해 오셨습니다. 사실 저는 그 때 김 전 부총리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한참 선배되시는 매경이코노미 편집장님께서 "김동연 예산실장은 고위 경제관료 중 가장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분이니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는 거였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어린 시절을 판잣집에서 보냈고, 상고를 졸업한 뒤 은행에 다니면서 대학도 졸업하고, 고시에도 합격한 분이었습니다. 기재부 관료 중에 그런 분이 계시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 길로 달려가서 김 실장님을 만났지만 끝까지 고사하시는 바람에 결국 인터뷰는 성사되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경제부장을 맡았을 때는 이 정부 첫 경제부총리로 활약 중이셨습니다. 경제부장의 일 중 하나가 매월 개최되는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에서 사회를 맡는 것인데, 저의 첫 이코노미스트클럽에 강연자로 오신 분이 바로 당시 김 부총리였습니다. 그 때도 강연의 많은 부분을 혁신 성장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오른쪽)가 한국벤처농업대학 사무국에 설치된 간이 스튜디오에서 민승규 교수와 대담 준비를 하고 있다.<정혁훈기자>이미지 크게보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오른쪽)가 한국벤처농업대학 사무국에 설치된 간이 스튜디오에서 민승규 교수와 대담 준비를 하고 있다.<정혁훈기자> 그런데 오늘의 주제도 혁신입니다. 김 전 부총리는 '세상의 판을 바꾸는 유쾌한 반란'을 주제로 강연을 하신 뒤 민승규 교수님과의 대담을 통해 우리가 왜 혁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 날의 분위기를 살리기위해 민 교수님과의 대담을 질문과 답 그대로 정리합니다.

민 교수님의 첫 질문입니다. "예전에도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해 왔습니다. 그런데 김 전 부총리께서 왜 이 시점에 혁신에 주목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김 전 부총리의 답변입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혁신이 없이는 발전도 없었습니다. 인구론을 주창한 맬서스는 인구 증가로 식량이 부족해질 것으로 봤지만 농업혁명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산업혁명과 정보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는 점점 혁신과 멀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말로는 혁신을 얘기하지만 제도와 문화, 정치 등이 오히려 혁신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혁신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생태계나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 경제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전 부총리께서는 사단법인 유쾌한반란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로 농어촌 현장을 다니면서 혁신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혁신이 가장 어려운 분야로 농업과 어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보자는 생각입니다. 농업이나 어업이 혁신을 한다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실제로 농촌과 어촌을 다니면서 보니까 다른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렵고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인류에 위협도 되고, 식량문제도 여전히 있습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는 농업이 최고의 혁신분야가 돼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나 환경 문제 개선에서 농업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점 농업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민승규 교수의 대담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보인다. 스크린 뒤로 보이는 공간이 간이 스튜디오다.<정혁훈기자>이미지 크게보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민승규 교수의 대담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보인다. 스크린 뒤로 보이는 공간이 간이 스튜디오다.<정혁훈기자> 민 교수님이 이번엔 다른 화두를 던집니다. 김 전 부총리가 요즘 푹 빠져 있는 소셜 임팩트 기업에 대한 질문입니다. "유쾌한반란에서 21일 소셜 임팩트 포럼을 창립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취지입니까?"

"소셜 임팩트 기업과 그들에 관심있는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포럼입니다. 소셜 임팩트 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해 경제적 가치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함께 추구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사례를 들어보시면 이해가 더 빠를 겁니다. 이런 택시회사가 있습니다. 기사가 전부 청각장애인들입니다. 승객과는 태블릿을 이용해 의사 소통을 합니다. 차 안에는 바깥의 소리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설치돼 있습니다. 또 어떤 기업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와치를 개발했습니다. 창업자는 32세 청년입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관련 또 다른 소셜 임팩트 기업은 발달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고용하고, 경력단절여성을 수퍼바이저로 고용합니다. 이런 기업들이 우리 사회에서 보다 확산되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김 전 부총리께서는 동시에 가치소비에 대해서도 요즘 강조를 많이 하고 계신데요."

"예 그렇습니다. 소셜 임팩트 기업의 성장과 함께 가치소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물건을 살 때 품질과 가격을 주로 봤습니다. 거기에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가치를 얹자는 겁니다. 조금 더 가격을 치르더라도 가치 있는 물건을 사는 이른바 '가치소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농업인들 입장에서도 가치 있게 생산한 농산물이 가치 있게 소비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런 것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의 번영과 발전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김 전 부총리는 질의응답이 끝난 후 농어촌 행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달에는 충남 공주에 있는 양돈농장을, 11월에는 전남 보성에 있는 유기농 벼농사 추수 현장을 가보겠다고 하셨습니다. 김 전 부총리의 혁신 행보가 우리 농업 발전에 많은 씨앗을 뿌렸으면 좋겠습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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