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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스윙' 사라진 골프 봄날은 언제쯤

입력 2021.01.08 09:19:34 수정 2021.01.11 09: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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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골프] 코로나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점점 골프와 멀어져 간다.

이 와중에도 휴장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유혹하는 골프장이 있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동참해 자제한다. 자주 가던 춘천권 대중골프장은 한 달 전까지 주중 18만원 하던 그린피를 급기야 7만원으로 내렸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아침·점심으로 떡국을 준다는 골프장도 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확진자와 접촉했을 때의 아찔함을 생각하면 엄두도 못 낸다. 한파 중간중간 기온이 올라가는 날이면 번개 모임을 만들어 필드로 달려가고 싶지만 맘을 달랜다.

들쭉날쭉하다 갈수록 샷 정확도가 좋아져 간절하던 80대 타수 초반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는데 감각과 멘탈이 그대로인지 알 길이 없다. 아쉬움 속에 클럽과 함께 동면 중이다.

골프보다 개인적으로 더 아쉬운 게 있다. 동네 스포츠센터에 연간 회원으로 등록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았는데 3주 전부터 5인 이상 집합금지 대상으로 현재 이용을 하지 못한다.

외출했다가 늘 귀갓길에 들러 클럽과 퍼트 연습 후 사우나를 끝내고 저녁을 먹던 루틴이 사라졌다. 그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고 맑고 평온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던 일상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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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나의 골프 소망을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는 것이다. 그래야 모두 일상으로 복귀하고 나도 편하게 골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에서 복면 같은 마스크를 쓰고 클럽을 휘두른다는 자체가 골프의 본모습이 아니다.

골프장이 정상화되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3타 정도 타수를 낮추고 싶다. 분기에 한 타씩 줄인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워본다.

휴대전화에서 스마트 스코어를 보니 최근 9라운드 평균 82타로 적혀 있다. 누락되거나 동반자 모두 후하게 매긴 스코어도 있어 정확하지는 않다.

올해는 스코어를 정확하게 매기고 싶다. 첫 홀부터 제대로 기록하고 특히 멀리건은 정중히 사양하려고 한다. 퍼트도 끝까지 하고 컨시드 받는 것도 자제하되 경기 진행을 감안해 신중히 판단할 생각이다. 울듯한 표정을 지으며 동정심에 호소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지 않다.

간결하고 깔끔한 프리샷 루틴도 익히려 한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실제 샷과 같은 연습스윙(속칭 가라스윙)은 지양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티 위에 공을 놓고 후방에서 에이밍한 다음 부드러운 왜글에 이어 셋업과 동시에 바로 드라이버를 휘두르고 있다.

실제 클럽을 휘두르는 것 같은 연습 스윙이 워낙 오래 몸에 배 무척 어색했지만 어느 정도 적응돼 간다. 필드에서 아이언샷도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주 1회 라운드를 돌고자 한다. 주로 주중에 대중골프장을 이용하는 데 과하지 않게 횟수를 조절하려고 한다. 비용과 시간도 문제이지만 다른 생활과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에 빠지는 것은 편식 행위나 다름없다.

골프장들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골프대중화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얼마나 도 넘은 폭리를 취했으면 제주도에선 세금 감면 혜택까지 없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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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모두의 생업이 위협받고 우울함을 호소하는데 골프장만 시장원리 운운하면서 너도나도 가격을 올리는 게 과연 현명한 처사인가.

골프에세이를 책으로 내고 싶은 소망도 있다. 2년6개월 정도 골프 칼럼을 써왔는데 내용을 더 알차게 보강해 골프에 문학과 심리학, 마케팅, 의학을 입힌 골프 인문서를 내려는 꿈이다. 프로선수들 레슨도 곁들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 외국여행이 허용되면 가장 먼저 백을 싣고 몽골로 가고 싶다. 몽골 테렐지 국립공원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고교 선배의 귀한 초청을 받았다.

골프만 할 생각은 아니다. 이름 모를 숱한 야생화가 펼쳐진 몽골의 그 광활한 초원을 혼자 걸으면서 영혼을 정화하고 싶다. 밤에는 고요하게 빛나는 나의 별을 만나려고 한다.

겨울이 깊다. 필드에서 마스크를 벗는 봄날을 고대한다. 숨 쉬기가 그렇게 소중한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 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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