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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골프DNA가 없어"...매일 공 500개 치는데 실력 줄어드는 이유

입력 2021/07/24 06:01
수정 2021/07/24 06:53
[라이프&골프] "동작이 빨라지면서 셋업이 갈수록 틀어지고 있어. 간결하고 일관성 있는 루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

지난주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잘 아는 골프 교습가가 한 고등학생을 대동했다. 미국 명문대에 진학하려면 최소 한 가지 스포츠에서 두각을 드러내야 하는데 골프를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그 교습가는 라운드 내내 셋업과 루틴의 중요성만 강조했다. 스윙 등 기술적인 측면은 일절 꺼내지 않았다.

학생의 골프는 한마디로 호쾌했다. 일단 신중하게 셋업을 잡고 충분히 몸을 꼬면서 클럽을 뒤로 뺏다가 정점에 머문 뒤 스프링이 풀리듯 시원하게 휘둘렀다.

주저 않고 완전하게 몸통을 회전시키면서 화끈하게 피니시를 완성하는 게 아닌가. 물론 공이 모두 페어웨이에 안착된 것은 아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50% 안팎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공은 탄탄한 탄도를 유지하며 허공 속으로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오른쪽이나 왼쪽 해저드 혹은 러프로 공이 날아가기도 했지만 교습가는 별로 괘념치 않았다. 시원하게 내지르면서 거리를 내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

그 학생은 블루 티, 필자와 또 다른 동반자는 화이트 티를 사용했는데도 비거리는 우리와 비슷하거나 약간 멀리 공을 보냈다. 최종 스코어는 대등했다.

교습가에게 학생의 스코어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지켜보는 내내 모든 샷에서 루틴과 셋업만 강조할 뿐이었다. 그린에선 헤드 업과 손목 꺾기를 자제시키는 정도였다.

교습가는 나와 동반자에게 일절 레슨을 하지 않았다. 단지 티잉 구역에서 우리의 셋업과 스윙을 유심히 지켜볼 뿐이었다. 우리도 별도로 레슨을 요청하지 않았다.

"골프를 하면서 이루려는 목표가 있습니까. 가령 완전한 싱글 핸디캐퍼나 비거리를 지금보다 20m 더 늘려보고 싶다든지 말이죠."

골프가 끝나고 식사 도중 그제서야 우리의 골프에 대해 물었다. 요즘 스코어보단 드라이버샷에 문제가 생겨 애를 먹는다고 호소했다.

교습가는 살아 있는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의 말을 인용했다. "골프 구성 요소 중 50%는 멘탈, 40%는 셋업, 나머지 10%가 스윙이다."

자신도 예전엔 좋은 명언으로만 받아들였는데 날이 갈수록 이 말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가르칠 땐 더욱 실감한다고 했다.

특히 셋업과 루틴을 잘 길들여 놓으면 스윙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스윙을 익힌 상태를 전제로 했다.

중급 이상 골퍼들은 셋업을 제대로 정립하고 거침없이 휘둘러야 거리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단 비거리를 확보해야 골프 자체가 편해지고 스코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향성을 의식해 자꾸 스윙을 컨트롤하려고 하면 불안해지고 근육도 위축돼 충분한 거리를 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겁먹지 말고 마음껏 휘둘러야 한다고 누차 말했다.

처음엔 공이 방향을 잡지 못해 왼쪽 오른쪽으로 향하다가도 꾸준한 연습으로 결국 일관된 방향을 찾게 된다는 것. 방향이 아니라 풀 스윙을 통한 비거리 확보가 우선 순위라는 의미다.

"어느 정도 구력 있는 골퍼가 비거리를 늘리려면 작은 스윙 기술을 익힐 게 아니라 셋업을 단단하게 하고 과감하게 질러대야 합니다. 스코어만 의식하면 결코 도약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골프 세계에 진입하려면 연습장과 필드에서 끊임없이 이런 시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잔기술만 익히면 작은 골프 세계에 머물 뿐 과감한 시도로 껍질을 깨야만 멋진 신세계로 비상한다는 것.

그날 학생에게 강조한 요체였다. 스코어에 연연해 스윙을 컨트롤하는 요령만 익히면 곤란하다. 몇 타수까지 내릴 수 있지만 절대 그 세계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응축된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면서 거리를 내는 게 관건이고 나 홀로 연습을 하더라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을 교습가는 주문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일정 수준에서 한계에 부닥치고 스윙이 잘못 변형돼 고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일 공을 500개씩 쳐도 실력이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준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때문이란다.

루틴과 셋업이 단단하면 컨트롤하려는 마음이 줄어든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이후엔 아무 생각 없이 클럽에 몸을 맡긴 채 휘두르기만 하면 결국 거리와 방향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고 했다.

필자는 거의 매일 동네 스포츠센터 연습장을 찾는다. 연습량에 비해 골프 실력은 늘지 않고 간혹 준다는 느낌마저 든다. 때론 나에겐 선천적으로 골프 DNA가 없는 건 아닌지 자조한다.

그날 이후 연습장에서 그립과 셋업에 절반 이상의 공을 들이고 공 하나를 치더라도 생각하며 집중한다. 공을 타격하는 횟수도 줄였다.

로봇처럼 공만 때리는 연습이 아닌 올바른 연습 방법이 뭔지를 찾아가는 중이다. 정작 필드에 들어서면 동반자와의 스코어에 연연해하며 잔재주를 부리는 소심한 골프로 돌아가게 될까.

※도움말 주신 분=김명선 라온골프아카데미원장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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