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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나면...프라하의 연인처럼"...알록달록 중세 유럽 거리를 걷고 싶다

입력 2021/07/24 03:01

체코 프라하 성의 골목길 ‘골든 레인’ 전경. 중앙의 파란색 벽 집이 세계적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집필을 하며 머물렀던 22번지다. /사진=송경은 기자


[랜선 사진기행-58] 체코 프라하 성 입구에서 조금 걷다 보면 '골든 레인(Golden Lane)'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연금술사의 거리'라는 뜻이다. 작은 골목길에 들어서자 알록달록한 중세 유럽풍의 작은 집들이 이어졌다.

연금술사의 거리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 연금술사가 살았던 것은 아니다. 본래 16세기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의 경비원을 비롯한 성 노동자들 숙소로 마련됐던 공간인데, 가난한 금세공인들이 일부 들어와 살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

루돌프 2세는 프라하 성에 연금술사를 두고 있었지만 왕의 연금술사들은 성 외곽에 있는 골든 레인의 허름한 집이 아닌 성 내부에 거주했다. 연금술사들은 성 북쪽의 미훌카 탑 안에서 대부분의 작업을 했다.

현재 골든 레인의 작은 집들은 기념품 가게 등 상점들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골든 레인은 가장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실제로는 1560년대 '금세공인의 거리(Goldsmith's Lane)'로 불렸다. 당시 프라하에서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던 길드법을 피해 도망친 하급 금세공인들이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골든 레인의 가옥들은 두꺼운 벽에 기대듯 지어져 있었다. 두 개 지붕을 맞대어 서로 지탱하는 일반적인 집들과 달리 차광막처럼 벽을 지지대 삼아 한쪽 지붕을 붙여놓은 독특한 형태다. 지붕이 반쪽밖에 없어 마치 집을 반으로 쪼갠 것처럼 보였다.

약 3.2m 두께의 벽은 15세기 보헤미아 국왕 울라슬로 2세가 프라하 성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지은 북쪽 요새의 것으로, 원래는 이 벽에 방어탑 3개가 세워져 있었다. 나머지 벽은 12세기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벽이다.

골든 레인 가옥들의 전체적인 구조를 나타낸 모식도. 요새 벽에 기대듯 지어졌다. /사진=송경은 기자


원래는 두 벽을 따라 가옥들이 있었지만 한쪽은 19세기 철거됐다. 현재 골든 레인의 작은 집들에는 기념품 가게 같은 등 작은 상점이 들어서 있다. 다양한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머리가 닿을 듯한 아담한 공간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골든 레인은 유명인들 거주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변신' '시골 의사' '배고픈 예술가'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대표적이다.

카프카는 1916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여동생 집인 골든 레인 22번지에서 머물며 집필 활동에 열중했다. 프라하 성에서 영감을 받은 '성'도 이 시기 완성됐다. 22번지에는 카프카의 작업실이 현재까지 보존돼 있다.

골든 레인의 가옥들. 머리를 낮춰 들어가야 할 정도로 아담하다. 오른쪽은 실제 사람들이 생활했던 모습을 복원 전시한 것이다. /사진=송경은 기자


198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야로슬라프 세이페르트는 1929년 골든 레인에 살았지만 그의 집은 철거된 집 중 하나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중 영화와 다큐멘터리 수천 편을 집에 숨겨 나치로부터 구해낸 아마추어 영화 역사가 요셉 카즈다는 12번지에 살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은 골든 레인의 작은 집들을 매입해 재정비했다. 골든 레인의 현재 모습은 1955년 체코 건축가 파벨 야나크의 감독 아래 완성됐다. 색색의 벽 색상은 화가이자 영화 감독인 이르지 트른카가 기획했다.

2010~2011년 골든 레인은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거쳤고, 일부에서는 500년 동안 골든 레인에서의 삶을 기록한 전시회가 열린다.

한편 골든 레인 동쪽 끝은 방어탑 3개 중 하나인 '달리보르 타워'로 연결된다. 1496년에 지어진 이 탑은 1781년까지 지하감옥으로 사용됐다. 달리보르는 첫 번째 수감자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과거 지하감옥이었던 달리보르 타워 입구. 수감자 고문에 사용됐던 물건 등이 박물관 형태로 전시돼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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