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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줄테니 제발 구해줘"…'디젤' 싼타페·쏘렌토, 천대받더니 이젠 서로 사겠다고 '난리'[세상만車]

입력 2021/11/20 05:32
수정 2021/11/25 10:57
디젤 SUV, `수출효자`로 떠올라
국내에선 애물, 해외에선 보물
중남미 아프리카 CIS에서 인기

국산 디젤 SUV가 중고차 수출 역군으로 거듭났다.[사진출처=오토위니, 매일경제DB]


[세상만車] "우리나라에선 없어서 못 팔아요. 웃돈 줄 테니 구해주세요."

인생 역전에 맞먹는 '차생 역전'이다. 국산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국내에서 친환경 SUV에 치이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는 이유로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요소수 대란'까지 터지면서 애물단지가 될 위기에 처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보물단지로 대접받고 있다. 중고차 수출 업체에는 디젤 SUV를 구해달라는 바이어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세 형성했던 디젤 SUV의 '새옹지마'


연료별 내수판매 현황 [출처=한국자동차산업협회, 수입차협회]


국내 시장에서 디젤은 'SUV 대세'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디젤차는 가솔린차보다 치고 나가는 순발력(토크)이 뛰어나고 연료 효율성이 우수한 데다 연료인 경유도 휘발유보다 저렴하다. 세단보다 무거운 SUV에는 디젤 엔진이 안성맞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클린 디젤' 이미지가 깨진 데다 가솔린 SUV보다 환경오염 물질 배출이 많다는 지적을 받으며 디젤 SUV는 위기를 맞았다.

LPG SUV와 하이브리드 SUV에 이어 전기 SUV 및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 등장하면서 디젤 SUV는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요소수 대란'이라는 치명타까지 입었다.

통계에서도 증명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8일 발표한 '2021년 10월 자동차산업 현황'에 따르면 올 1~9월 디젤차 내수 판매대수는 33만5755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2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솔린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9.6% 줄어든 63만9841대, LPG차 판매대수는 7.5% 감소한 7만8119대로 집계됐다. SUV가 상당수인 디젤차의 감소폭이 컸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진출처=기아]


반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는 전년 동기보다 65.8% 급증한 24만9215대 판매됐다.

국산차 브랜드들은 이에 가솔린 SUV보다는 디젤 SUV를 없애고 친환경 SUV에 집중하고 있다. 소형 SUV 시장에서 지난해에 현대차 코나, 쌍용 코란도, 쉐보레 트랙스 등의 디젤모델이 사라졌다. 현재 기아 셀토스만 디젤모델로 나오고 있지만 올해 말을 끝으로 생산이 종료될 예정이다.

중형 SUV 시장에서도 디젤 모델은 '마이너'로 전락했다. 기아 스포티지와 쏘렌토의 경우 올해 계약자 10명 중 2명 정도만 디젤 모델을 선택했다. 나머지는 하이브리드·가솔린 모델을 계약했다.

가솔린 세단 이어 수출효자로 거듭나


수출용 중고 SUV [사진제공=오토위니]


국산 디젤 SUV는 국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디젤 SUV 인기가 시들해졌다. 노후 경유차 도심 진입 제한으로 중고 디젤 SUV 입지가 줄어든 데다 요소수 대란까지 발생해서다.

중고차 기업인 AJ셀카에 따르면 11월 들어 디젤차 거래량은 19% 줄었다. 평균 시세도 전월보다 2% 하락했다. 디젤 SUV 시세 하락폭은 더 컸다. 기아 더뉴 쏘렌토는 11%, 현대차 싼타페 TM은 8%, 현대차 올뉴 투싼은 10% 각각 떨어졌다.

반면 해외에서는 국산 중고 디젤 SUV 인기가 치솟고 있다. 현대차 아반떼와 쏘나타 등 가솔린 세단 뒤를 이어 수출 효자로 거듭났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고차 수출대수는 25만6214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5만8471대)보다 약 10만대 더 많이 수출됐다.

중고차 수출 차량 중 디젤 SUV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2018년 3만9000여 대에서 지난해엔 8만6000여 대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우크라이나로 수출된 중고 싼타페 [사진제공=오토위니]


매경닷컴이 20일 중고차 수출 플랫폼 오토위니에 의뢰해 수출 현황을 파악한 결과에서도 디젤 SUV의 인기를 알 수 있다.

오토위니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중고차 수출 플랫폼을 개발, 100여 나라에 국산 차를 '직구' 형태로 수출하고 있다.

오토위니에 따르면 디젤 SUV는 수출 플랫폼에 등록된 지 한 달 안에 50% 이상 판매된다. 나머지 50%도 2~3개월 안에 대부분 팔린다. 한 달 동안 20~30%가량 거래되는 세단보다 인기가 높다는 뜻이다.

싼타페 투싼 쏘렌토 스포티지 인기 높아


칠레로 수출된 중고 투싼 [사진제공=오토위니]


인기 차종은 디젤 엔진을 얹은 현대차 싼타페와 투싼, 기아 쏘렌토와 스포티지다. 2004~2012년식은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우수해 바이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싼타페 CM(2010~2012년식)은 도로 사정이 열악한 중남미, 아프리카, CIS(옛 소련 독립국가연합)에서 인기다. 칠레, 파라과이,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우크라이나, 조지아, 카메룬, 가나, 르완다 등 13개국에 수출된다.

싼타페 DM(2012~2015년)은 상대적으로 고가에 판매되지만 힘 좋고, 기름값 부담도 적은 데다 한국 차의 강점인 우수한 편의사양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3년 전까지 국산 세단을 수입해가던 중남미와 아프리카 바이어들이 선호한다.

칠레의 경우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60% 정도로 저렴하다. 스포티지 디젤 모델은 연비도 좋은 데다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는 SUV보다 디자인과 사양(옵션)이 좋아 선호도가 높다.

칠레로 수출된 중고 스포티지[사진제공=오토위니]


중고 디젤 SUV가 수출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수출업자 간 매입 경쟁도 치열해졌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출고 적체가 심각해지면서 신차 구매자들이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디젤 SUV가 줄어든 것도 매물 부족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수출 업계는 매입 경쟁 영향으로 출고된 지 7년이 넘는 디젤 SUV의 중고차 시세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한지영 오토위니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 SUV는 주로 가솔린을 사용하고 유럽 디젤 SUV는 비싸지만 국산 디젤 SUV는 가격, 성능, 유지비 모두 뛰어나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하려는 바이어들이 많다"며 "쏘렌토와 싼타페는 아반떼 뒤를 이어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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