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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60년간 고문해 만든 차?…'복통유발' 포르쉐 911[세상만車]

입력 2022/06/18 01:05
수정 2022/06/20 05:32
포르쉐=911, `스포츠카 교과서` 됐다
슈퍼카 브랜드도 자존심 버리고 참고
너도나도 `타도 911`, 공공의 적 1호

포르쉐 911 1~8세대 [사진출처=포르쉐]


[세상만車] "외계인을 고문해 탈취한 기술로 만들었다."

포르쉐에 항상 따라붙는 '음모론'(?)이다. 포르쉐 신차는 출시 당시에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첨단 기술로 만들어졌고 기계적 완성도도 높았기 때문이다.

포르쉐 외계인 고문설은 1963년 출시됐던 911이 확산시켰다. 시대적 상황과도 연관됐다. 1960년대는 당시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극에 달했고 '우주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동시에 미확인비행물체(UFO) 목격담도 급격히 증가했다.

911은 외계인 기술을 입증하듯 8세대까지 진화한 현재까지도 '스포츠카 전설'로 대접받고 있다.

'포르쉐 이코넨, 서울' 전시회 [사진촬영=최기성]


"시간이 흐르면 폐차장으로 가는 다른 차량들과 달리 포르쉐 차량은 박물관으로 간다"는 평가도 911 덕분이다. '원조 포르쉐' 356을 제치고 '포르쉐=911' 등식도 탄생했다.

'스포츠 세단 교과서' BMW 3시리즈, '플래그십 세단 교과서' 벤츠 S클래스처럼 스포츠카를 만들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스포츠카 교과서'로도 인정받고 있다.

동시에 '공공의 적'이 됐다. 예나 지금이나 고성능 스포츠카를 내놓는 브랜드마다 '동네북'처럼 911을 '타도 대상'으로 삼는다.

동시에 포르쉐를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슈퍼카 브랜드들도 자존심을 접고 '몰래' 따라했을 정도다. 일론 머스크도 테슬라 차량 성능을 자랑할 때 "911보다 빠르다"를 종종 사용한다.

딱정벌레 영감받은 개구리 왕눈이


포르쉐 356 [사진촬영=최기성]


911은 페리 포르쉐가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 비틀을 개발한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아들이다.

페리 포르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나치 전범으로 수감된 아버지를 대신해 포르쉐를 이끌었다. 아버지가 설계한 '딱정벌레' 비틀의 차체와 부품을 활용해 356을 개발했다.

1948년 출시된 356은 민첩한 성능을 갖춘 2도어 스포츠카다. 별명은 '점프하는 개구리'다.

페리 포르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356 이후 더 크고 다재다능한 후속 차량 개발에 나섰다. 356은 비틀을 기반으로 제작해 크기도 작고 공간도 좁으며 고급스러움이 부족해서다.

페리 포르쉐의 아들인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도 디자인에 참여했다.

오리지널 911 [사진출처=포르쉐]


포르쉐 부자가 함께 개발한 911은 1963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데뷔했다.

코드네임은 901. 프랑스 브랜드인 중간에 '0'이 들어가는 세 자릿수 차명을 사용 중이어서 '911'로 개명했다.

911은 포르쉐의 전통인 4기통 엔진 대신 130마력 6기통 공랭식 수평대항 엔진을 탑재했다. 시트 배열은 '2+2'다. 뒷좌석이 좁은 4인승으로 356보다 크고 넓어졌다.

외모는 356처럼 개구리를 닮았다. 동그란 헤드램프까지 갖춰 '개구리 왕눈이'를 연상시킨다.

356을 대체한 911은 성공을 거두며 포르쉐를 세계적인 스포츠카 브랜드 반열에 합류시켰다. 1세대 911은 1963년부터 1973년까지 11만1995대가 생산됐다.

911, 개구리 변태(變態)는 무죄


포르쉐 911 G모델 [사진출처=포르쉐]


911은 탄생 10주년인 1973년 2세대(G시리즈)로 진화했다. 최상위 모델에는 강력한 터보엔진과 아연도금된 차체를 적용했다.

타르가, 카브리올레, 스피드스터 등 가지치기 모델도 등장했다. 2세대 911 덕분에 포르쉐는 '스포츠카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코드네임 '964'로 1988년 프랑스 파리 모터쇼에 출품된 3세대 911은 통합 범퍼, 팁트로닉 자동변속기, 4륜구동을 옵션으로 제공했다.

1993년 출시된 4세대 911(993)은 클래식 모델 역사상 가장 가치 높은 에디션으로 평가받는다. 공랭식 엔진을 얹은 마지막 911이다. 현재도 포르쉐 수집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911 모델로 여겨진다.

포르쉐 996 [사진출처=포르쉐]


1997년부터 생산에 들어간 5세대 911(996)은 개구리 눈을 버렸다. 대신 방향지시등을 내장한 헤드램프를 채택했다. '사슴 눈'으로 불린 새로운 헤드램프는 호평과 혹평을 모두 받았다.

911 중 처음으로 트윈터보를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408마력에 달했다.

2004년 출시된 6세대 911(997)은 다시 개구리 왕눈이로 돌아오면서 전통·정통을 원하던 포르쉐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포르쉐는 6세대 911부터 다채로운 라인업을 선보인 것은 물론 개개인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제품들을 내놨다.

쿠페, 타르가, 카브리올레, 스피드스터, 후륜구동, 사륜구동, 수랭식 자연흡기 엔진, 터보엔진, GTS, GT2, GT3 RS 등 24개 세부 모델로 판매됐다.

2011년 공개된 7세대 911(991)은 새로운 플랫폼과 어댑티브 에어로다이내믹 등 가장 진보된 기술을 채택했다.

7세대 911는 전 세계 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2011년부터 2018년 10월31일까지 총 21만7930대가 생산됐다. 1963년 1세대 이후 '100만대 생산' 이정표도 7세대 때 세웠다.

여전히 깨지지 않은 등식 '포르쉐=911'


포르쉐 997 [사진출처=포르쉐]


현재 판매되는 8세대 911(992)은 2018년 미국 LA 모터쇼에 출품됐다. 국내에는 2020년 2월 출시됐다.

911 카레라 S와 카레라 4S는 6기통 수평대향 터보차저 엔진과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PDK)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450마력에 달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이르는 시간)은 4초 미만이다.

8세대 포르쉐는 매년 3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2000년에는 3만4328대, 지난해에는 3만8464대 판매됐다.

브랜드 판매 1위 자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카이엔, 4인승 스포츠세단인 파나메라, 전기차 타이칸 등에 내줬지만 고성능 스포츠카 중에서는 독보적인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지금도 여전히 포르쉐의 자존심이다. '포르쉐=911' 등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국내에서도 포르쉐 마니아를 양산하며 스포츠카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매대수를 집계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대수는 1021대다. 카이엔(3492대), 파나메라(1334대), 타이칸(1303대) 다음이다.

올 1~5월에는 535대가 팔렸다. 카이엔(1276대), 마칸(345대) 다음이다.

다재다능한 911,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포르쉐 964 [사진촬영=최기성]


911이 60여 년 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정통성을 잃지 않은 디자인, 다재다능한 성능, 중산층 공략, 기계 생산에 있다.

1세대와 8세대는 한눈에 보기에도 닮았을 정도로 디자인 정체성을 지켰다. 또 356 때부터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독일 기능주의 철학을 철저히 지켰다.

개구리 눈도 단순히 디자인 때문에 적용한 게 아니다. 코너링 구간을 탈출할 때 가늠자 역할을 담당한다.

또 페리 포르쉐의 자랑처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다재다능한 성능은 중산층 공략에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고성능 스포츠카나 슈퍼카를 구매하는 '슈퍼 리치'는 사용 목적에 따라 세단, 스포츠카 등을 따로 구입할 수 있다.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신 중산층은 스포츠카나 세단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카이면서도 세단처럼 쓸 수 있는 911이 해답을 제시한 셈이다.

8세대 911 [사진출처=포르쉐]


슈투트가르트 주펜하우젠 공장에 도입한 기계 생산 방식도 포르쉐 인기에 한몫했다.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슈퍼카보다 좀 더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생산 비용도 줄이고 가격을 낮출 수 있다.

911은 차량용 반도체 대란 이전에도 출고 기간이 길었다. 지금 주문하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옵션에 따라 대기기간은 2~3배 길어질 수도 있다. 인증 중고차 매물도 나오자마자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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