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

이기옥의 건축언어 '따로 또 같이'(together and separately)(下)

입력 2022/07/22 06:01
[효효 아키텍트-136]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바라움'(2013)은 세 세대가 살 수 있는 채를 나눈 다가구 주택이다. 측면에서 보면 하늘을 향해 사선으로 뻗는 3개의 매스가 비대칭을 이루는 역동적 모습이다. 가로에서 보면 3m 정도 단차가 있는 대지 큰 매스 가운데로 길(계단)을 내고 작은 매스는 캔틸레버 형식으로 띄웠다. 이기옥은 "단순한 덩어리라도 어떻게 배치하는지에 따라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경기도 용인 바라움 / 사진 제공 = 윤준환 작가


2013년 서울 국제건축박람회에서는 이뎀도시건축 곽희수 건축가와 협업으로 기획관을 운영했다. 미술가들의 개인전 같은 건축 전시의 전형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 가평 라온하우스 / 사진 제공 = 문덕관 작가


이기옥 건축가가 맞닥뜨린 경기도 가평군 하면 라온하우스(2014년)의 대지는 소규모 필지 계획으로 개발 중인 낮은 산에 둘러싸인 단지 초입에 위치한 100평 규모였다. 대지 주변에는 끌어들일만한 인공적인 환경이나 맥락이라고는 없었다.

20% 건폐율 규제로, 집을 설계한다기보다는 대지 전체를 디자인한다는 개념으로 바꾸었다. 동쪽의 진입로, 서쪽으로 흐르는 작은 시냇물, 남쪽 대지의 오래된 나무, 북쪽으로 대지 주변을 둘러싼 산이 자연스럽게 대지로 스며들어 실내 공간과 연결되면 결코 작지 않은 공간이 된다고 보았다.

경기도 가평 라온하우스 실내 / 사진 제공 = 문덕관 작가


집 전체의 중심 공간으로 벽면 주방과 독립된 다용도 식탁을 갖춘 아일랜드 주방에 서면 1층 전체와 오픈된 천장을 통해 2층의 홀과 개방된 아이 방이 보인다. 긴 툇마루와 수평 판만으로 벽에 매달아 디자인된 실내 계단, 노출된 검은색 벽난로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된다.

2014년 한국건축가협회 산하 만 45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젊은 건축가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제건축문화교류, 미래인재양성포럼을 운영했다. 건축가 지원 사업으로 <옆집 탐구>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옆집 탐구> 전시(2014년) / 사진 제공 = 이기옥 건축가


<옆집 탐구>전에는 네임리스 건축의 나은중·유소래 등 7개팀, 12명의 젊은 건축가들이 참여하였다. 자신은 받은 게 없이 지나왔는데 후배들에게 줘야 될 나이가 되었다.

건축설계업계의 초고학력화는 1990년대에 폭발해서 2000년대 중반까지 건축학도들이 대거 유학을 떠난 결과이다. 귀국한 고스펙의 젊은 건축가들이 짓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 프로젝트도 맡을 정도로 신축 건축 설계를 수주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기옥이 총괄건축가로 있는 경기도 파주시는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이기옥은 2014년, 2015년 연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건축문화교류사업 총괄커미셔너를 맡으며 건축가 이외의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하게된다.

2016년 서울건축문화제 '나와 함께한 건축 스토리텔링 공모전'의 총괄큐레이터를 맡은 게 계기가 되어 2017년, 2018년 연속으로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을 맡으면서 총감독 주제전을 기획하였다.

2018년 서울건축문화제의 주제는 '한양山川(산천) 서울江山(강산)'이었다. 서울의 산과 강, 개천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서울 타임맵을 제안했다. 장소는 지리와 관계있고, 역사를 알아야 한다. 지리 역사는 고지도가 담고 있다. 이기옥은 평면 지도가 아닌 음영기복도를 사용했다. 예전 특정 장소에 특정 건축물이 있는 이유는 산과 계곡, 구릉, 강을 감안한 선정이었다. 고지도를 바탕으로 만든 음영기복도에 현재를 축적시켜 입힌 게 서울 타임맵이다. 그는 "서울의 원래 주인은 자연이고, 도시는 손님이다"고 말한다. "산은 서울의 그릇이다. 산과 천들이 남아 있어서 그나마 도시를 숨 쉴 수 있게 했고, 역사와 기억을 지킬 수 있었다."

서울시의 대형 도시 및 건축 전시 및 행사에는 계속 관여하고 있다. 한강시민건축전 <한강생각>(2019.12~2020.01) 총괄 큐레이터를 맡았으며 서울시 마을건축가 자치구(송파구) MP이기도 하다. 마을 건축가들과 함께 마을 지도 만들기를 통해 송파구 공간 전략을 수립했다.

2019년부터 2년 임기의 파주시 총괄건축가를 맡아 두 번째 임기를 맡고 있다. 파주시 공간 전략 수립은 서울 건축문화제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2020년 파주건축문화제 <경계를 넘어>를 진행했다. 파주시가 추진 중인 공공건축물 6건과 국토부 지원 사업으로 수립된 파주시 공간환경 전략계획도 같이 전시되었다. 그동안 건축문화제는 파주출판도시에 지어진 유명 건축물을 중심으로 기획됐으나 파주출판도시 경계를 넘어 파주 전역에서 추진 중인 공공건축과 함께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파주건축문화제 <경계를 넘어>(2020년) / 사진 제공 = 이기옥 건축가


파주시는 지난 6월 28일 파주시 광탄면 신산리에 광탄도서관을 개관했다. 2020년 2월 공모 이래 2년6개월 만이고 2019년 이기옥이 총괄건축가를 맡은 이래 구현된 첫 건축물이다. 광탄도서관은 전체 면적 1천860㎡에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됐다. 지상 1∼2층은 도서관(어린이·청소년·성인 자료실, 다목적실)이고 3층은 주민 생활문화 공간으로 운영된다. 공공 건축물은 기획에서 준공까지 통상 3~4년 걸린다. 총괄 건축가가 소신껏 일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파주시는 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금년에 공공검축문화제를 개최한다. 연결도시, 열린 공간이라는 주제로 공공건축 관련 행사와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기옥의 최근 빌트 워크는 서울시 금천구 주영빌딩(2021)이다. 건물이 들어설 대지의 주변은 혼잡했다. 아파트 단지, 대형 복합건물, 소규모 빌라, 원룸, 근린생활시설, 공장이 혼재되어 있었다. 한편으로는 바로 옆 아파트 단지 내의 공지와 전면도로 건너편에 들어설 대형 복합건물의 공개 공지로 인해 오히려 개방감이 느껴지는 장소이기도 했다. 때문에 임대용 근린생활시설로 상대적으로 넓지 않은 면적에 지어질 이 건물이 시각적으로 노릴 수 있는 효과는'수직성'이라 생각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주영빌딩 / 사진 제공 = 박영채 작가


최대 건폐율을 채우지 않고서도 최대 용적률을 끌어낼 수 있었던 독특한 대지 조건이 설계자의 의도를 뒷받침해 주었다. 건물의 매스를 둘로 나누었다. 쪼개진 매스를 통해 평면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건물의 수직성을 강조했다. 앞쪽의 매스는 밝게, 뒤쪽은 어두운 재료로 마감하여 대비를 주었다. 크기가 작은 앞쪽 매스의 전면은 콘크리트 면 하나를 덧씌운 듯 마감하였는데 건물의 정면에 특성을 부여하면서도 뒤편의 매스와 어우러지는 비례를 위해서였다. 기계식 주차를 위한 진입공간과 코어 면적을 제외하면 1층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얼마 없었다. 낮은 레벨에서 진입하는 주차 진입구 상부공간(중2층)을 램프를 통해 진입하는 1층 출입구 홀과 바로 연결시켰다. 중2층에서 1m 정도 올라가면 2층 공간과 바로 연결된다. 대지의 레벨 차, 1층 주진입구와 차량 출입구의 레벨 차를 활용하여 1, 2층 공간을 연계하여 활용도를 높였다.

[프리랜서 효효]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