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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레지던시’가 갖는 의미 [아트마켓 사용설명서]

입력 2022/07/23 03:01
수정 2022/07/23 03:51

미국의 국제협회 '아티스트 커뮤니티 얼라이언스(ACA)'는 전 세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예술가들이 특정 공간에 머무르면서 창작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사진 제공=ACA·우먼스튜디오워크숍


[아트마켓 사용설명서-25] 예술가들이 특정 공간에 머무르면서 창작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아티스트 레지던시(artist residency)' 또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in-residence)'라고 한다.

작가들은 생활비, 작업 공간 등을 지원받아 작업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여하기도 하고, 주최 기관 또는 단체와 협업하거나 특정 환경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작업하기 위해 참여하기도 한다.

따라서 특정 기관이 주목하는 신진 작가나 어떤 작가의 협업 작품을 찾아볼 때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 이력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원형은 유럽에서 시작됐다. 17세기 이탈리아 로마의 만치니 궁전과 피렌체 비야 메디치 같은 기관에서 3~5년간 상주하며 훈련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릭스 드 롬(Prix de Rome)'이 대표적이다.

특히 1960년대에 들어서는 화가 등 시각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아티스트 레지던시가 큰 유행세를 탔다.

영국의 '아티스트 플레이스먼트 그룹(APG)'은 예술가들이 예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회 현장으로 나가 그곳에 상주하면서 새로운 작업을 하도록 했다. 영국철강공사, 오션플릿 등 산업계는 물론 환경부, 보건복지부 같은 정부기관에서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후 세계화 추세로 예술가들이 해외에 거주하기가 쉬워지면서 여러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전 세계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하게 됐다. 미술 아카데미 같은 교육기관과 갤러리는 물론이고 예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대학이나 기업에서도 예술 창작 활동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예술가들을 불러 모았다.

일례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기념해 만든 미국의 민간 비영리 연구재단인 맥아더재단은 1991년 미국 내 18개 지역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선정해 총 250만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협회인 '아티스트 커뮤니티 얼라이언스(ACA)'는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 아티스트에게는 세계 각지에서 운영 중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연결해주고, 운영 기관에는 공간이나 지원금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 등 20개국의 400여 개 기관이 가입돼 있다.

국내에도 다양한 기관에서 운영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창동 레지던시'(서울 도봉구), '고양 레지던시'(경기 고양) 등은 국내외 여러 장르의 예술가와 연구자들의 창작과 전시, 연구 활동을 지원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iR)'는 매년 6명의 국내외 작가를 선정해 이들이 5개월간 제주 서귀포 가파도에서 머물며 작업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이런 지역 프로그램은 그 지역만이 가진 자연환경에 몰입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AIST는 2013년 국내 대학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예술가들이 KAIST에 거주하며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과학과 예술의 신선한 교류를 위해 마련됐다. 2019년 2월까지 10기를 운영해 총 30명의 예술가를 지원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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