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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하는 풍경들 속에 흔적을 남긴다' 건축가 정은주, 이희원

입력 2022/08/12 06:01
[효효 아키텍트-139] 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ODETO.A) 정은주 대표는 아버지가 건축 설계를 하셨다. 어린 시절, 경남 창원 부친의 일터에 자주 따라다니곤 했다. 빈 땅에 새로운 건물이 우뚝우뚝 세워지는 장면들이 어린 정은주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버지가 그린 손 도면, 잉크 냄새 나는 청사진들이 멋있어 보였다. 그렇게 건축가의 딸은 자유로운 시절을 보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으나 부친은 말렸다. 서울로 와 건축대학에 입학하였다.

이희원은 미국 UC버클리 건축대학원 졸업 후, 2016년 정은주와 같이 오드투에이를 설립하였다. 건축업 영역을 건축(built work)에만 한정 짓지 않고 설치, IT 기술 기반의 작업을 하는 건축사사무소 <삶것>에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실무를 하였다. 공공미술은 건축업 영역의 확장이며 건축과 미술의 경계 부문이기도 하다. 이희원은 2013년 <삶것>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IT 중심도시 새너제이 시의 음향 조형물 작업의 실무를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 새너제이 조형물 - 이희원이 <삶것>에서 PM로 진행 / 사진 제공 = 신경섭작가


피케이엠플러스(PKM+ 2017년)는 오드투에이의 첫 프로젝트이며 준공작이다. 건축주가, 첫 디자인을 단번에 마음에 들어 했다.

이희원은 <삶것>에 재직하며 서울 종로구 화동에서 삼청동으로 이전 개관한 'PKM갤러리'(2015년) 프로젝트에 참여했기에 같은 건축주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다. PKM갤러리가 용지를 매입했을 때, 그 터는 8m 높이의 옹벽으로 주 도로와 분리되어 있었다. 이희원은 기존 주택의 하부를 파서 메인 갤러리 공간인 지하 확장부를 추가하였고, 기존 주택은 VIP 라운지로 개조하였다.

지하에 위치한 갤러리 공간이 천장고를 6m 확보하여 갤러리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시 공간 볼륨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주 도로에서 갤러리로 직접 진입하는 입구와 VIP 라운지 입구를 분리하였다. 신축의 실제 면적이 최소화되면서 주차장법에서 요구하는 주차 대수를 축소시킬 수 있었다.

PKM갤러리 본관은 가로에 면한 시멘트 외벽에 타일을 붙인 담장 벽체의 단면이 입도적인 건물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 서울 시내 정경이 들어오는 VIP 라운지 또는 카페가 갤러리 설계의 건축외적 요소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세계 어디든 화랑가 주변에는 고급 레스토랑, 카페가 즐비하다. 전시와 프라이빗 파티는 늘 병행한다.

미술계에서 PKM으로 불리는 박경미는 큐레이터로 출발해 국내 메이저 화랑인 '국제갤러리' 성장에 일익을 담당한 자수성가형 갤러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정은주와 이희원은 결혼,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고, 건물 준공 때까지 한국에 머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본 설계만 진행하고 건축주가 시공사를 직접 선정해보겠다는 계획으로 시작했다. 리노베이션 공사라 현장 변수도 많았고 건축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은주는 한국에 남고, 이희원은 미국으로 떠났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각자의 시간대에서 역할을 정해 업무를 분담하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 방식들이 부티크 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토대가 되었다.

PKM갤러리 설계 경험은 서울 한남동, 글로벌 수준의 페이스갤러리서울 사무실 겸 전시장 인테리어 설계(2016년)로 이어졌다.

페이스갤러리 서울 내부 / 사진 제공 = 오드투에이


〈PKM+〉는 건축주의 주택 겸 인근 전면 가로에 면한 'PKM갤러리'의 별관 전시장을 겸해야 했다. 건축주의 생활 방식과 요구 조건을 반영하고, 전시장을 방문할 관람객과 잠재적 컬렉터의 동선 등을 고려했다. 갤러리스트는 주거 공간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미술품, 공예, 가구들을 배치 및 전시하는 데 주안점을 둔 듯하다.

1968년에 준공된 기존 건물은 최근 15년 넘게 비어져 있던, 지하1층~지상3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단독주택이었다. 법규 제한에 따른 건축물의 규모와 건폐율, 높이, 최대 개발 규모의 한계 등의 문제와 철근 콘크리트의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기에 리노베이션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존 건물의 비효율적 공간의 쓰임-과도한 바닥 마감 두께, 기능하지 않는 설비 덕트의 배치와 깊은 천장 속 구조 틀로 인한 낮은 천장고-과 단열 문제, 낡은 내·외장재료, 효율적인 동선과 새로운 프로그램의 배치 등 건축의 본질적 기능들을 개선하였다. 전기 배선을 제외한 모든 설비 덕트를 건물 외벽을 따라 재배치했다. 배수관, 환풍구, 가스관 등을 외벽 바깥으로 전환하고, 그 위에 새로운 입면을 덧씌웠다.

서울 삼청동 피케이엠플러스 입면 / 사진 제공 = 신경섭 작가


경사 있는 좁고 깊은 골목 끝 건물의 얼굴인 서측 입면을 단순 재료와 디자인으로 정리하고, 개구부를 최소화했다. 본관과의 정체성 유지를 고려, 외장재로 벽돌 타일로 정했으며 사이즈를 정했다. 색상은 기단부 테라조와의 조화를 고려했다. 외벽면의 단열 보강 등으로 외장 두께가 두꺼워지는 점을 고려, 건축주가 제안하기도 한 타일이 적절한 재료라고 판단했다. 건축물은 외벽 재료가 가진 재질에 따라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 표정을 달리한다. 서울 도심에서 비켜난 삼청동의 늦은 오후 노을 빛을 머금은 건축물을 상상했다.

서울 삼청동 피케이엠플러스 전시공간 / 사진 제공 = 신경섭 작가


디지털 시대 상업 갤러리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상업 갤러리들은 전시장 등 규모의 확대, 공간의 분산 등 자본화하고 있다. 갤러리 경영은 작가와 컬렉터 간 중개하는 단순 수수료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작품을 컬렉션해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자체 일정 규모 이상의 초정밀 설계 및 시공의 수장고를 구비해야 되며, 업무 기능의 확대 및 고도화를 위한 최적의 사무 공간을 필요로 한다. 최근 2년여간 지속된 미술 시장의 호황을 누린 중견갤러리들은 공간과 사업 영역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갤러리 사업은 결국 부동산 사업이기도 하다.

세계 미술 시장의 변방에서 아시아의 중심지로 변하고 있는 한국의 서울, 삼청동의 초입인 사간동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갤러리들이 입주한 삼청동 지역에서 건축적인 디자인, 공간 경쟁력이 상업 갤러리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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