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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대란 손세정제와 마스크 직접 만들어보니

입력 2020.02.08 09:11:00 수정 2020.02.14 09: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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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추기자] DIY 손세정제, 마스크 만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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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타고 알려진 DIY 손세정제 제조법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로 대한민국이 손세정제와 마스크 대란에 휩싸였다. 약국마다 손세정제는 들어오는 대로 동나고, 온라인쇼핑몰에서 개당 1000원 하던 마스크가 하룻밤 새 2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진행렬이 이어지며 구하지 못한 이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이들을 위한 희소식이 전해졌다. 이가 아니면 잇몸이라고, 직접 손세정제와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들이 SNS를 타고 공유된 것. 에탄올과 글리세린 또는 알로에젤을 섞으면 된다며 실제 만들었다는 후기글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진짜 만들기 쉬운지, 효과는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 건지 등등 질문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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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손세정제 제조법/출처=SNS

그래서 직접 도전해봤다. 다름 아닌 DIY(Do It Yourself·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만들도록 한 상품) 손세정제·마스크 만들기!
재료조차 품절, 이 아니면 잇몸으로!



"6·25 전쟁은 지금에 비하면 전쟁도 아니라는 거 아녀~."

찬바람이 세차던 4일 저녁, 서울 중구 충무로의 한 약국을 지키시는 지긋한 연세의 약사님은 "아 글쎄, 약국마다 죄다 난리통이라니까"라며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기존 손세정제는 며칠 새 전부 팔렸다. 효능이 좋은 마스크는 죄다 팔리고 개당 3000~4000원짜리 고가 마스크 몇 개만 진열대에 어지러이 걸렸다. 에탄올과 글리세린을 좀 구입할 수 있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약사님은 "없어! 다 팔렸어!"라고 크게 소리쳤다. 아이고, 야단났다며 밥줄 끊기게 생겼다는 자조 섞인 혼잣말을 되뇌이던 중, 약사님께서 힐끗 우리를 쳐다보며 한마디했다. "급혀?"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세정제를 꼭 만들어야 하는데 재료가 없어 큰일이라고 통사정을 했다. 약사님은 "사실 우리도 만들어 쓰려고 챙겨둔 게 있는데 그거라도 줄까?"라고 물었다. 콜!
동네 약국에서도 에탄올과 글리세린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이미지 크게보기
동네 약국에서도 에탄올과 글리세린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200㎖ 에탄올 3병을 6000원에 구입했다. 병당 2000원꼴. 이와 함께 필요한 글리세린은 진짜 없다고 했다. 대신 약사님은 "화장품 로드숍에서 파는 3000~4000원짜리 알로에 수딩젤을 섞으면 된다"며 "나도 그렇게 쓴다"고 말했다. 손수 기자의 손에 직접 만든 DIY 손세정제를 발라주신 약사님께 이렇게 만들어 써도 문제가 없냐고 물었다. 약사님은 "효과는 시중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며 "집이나 직장에서 잠깐잠깐 쓰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에탄올을 가방에 구깃구깃 쑤셔놓고 알로에 수딩젤을 구입하러 명동으로 넘어갔다. 가는 길에 눈에 띈 약국에 들렀지만 에탄올과 글리세린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금방 손세정제 2박스가 들어왔는데, 이거라도 사가려면 사가라고 권했다. 하지만 어제만 해도 2만원이던 해당 제품은 오늘부터 2만5000원으로 25% 인상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인·동남아 관광객의 성지인 명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려를 비웃듯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한 로드숍을 찾았지만 알로에젤이 이미 매진됐다고 했다. 한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다는 곳에 위치한 화장품가게에서 알로에 수딩젤을 '영접'했다. 300㎖ 한 통에 4400원. 총 1만400원에 재료 구입을 마쳤다.

 손세정제에 이어 수제 마스크 제작을 위한 재료도 구입했다. 2000원짜리 키친타월과 1000원짜리 고무줄 한 통이 전부. 재료비 3000원이면 약 100개의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
약 한시간여의 쇼핑끝에 DIY 손세정제와 마스크 제조를 위한 재료 준비를 마쳤다.이미지 크게보기
약 한시간여의 쇼핑끝에 DIY 손세정제와 마스크 제조를 위한 재료 준비를 마쳤다.
알코올과 알로에의 만남, 최고의 조합을 찾아라!



 '전쟁'을 위한 '무기' 제작을 시작했다. SNS를 통해 알려진 조제법상으로는 에탄올(250㎖) 3병과 글리세린(100㎖) 1병을 섞으면 73% 농도의 손세정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글리세린 대신 알로에젤을 써야 해서 그 비율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DIY 손세정제 척척박사이신 충무로 약사님은 에탄올 한 통에 알로에젤 5티스푼을 넣으면 된다고 조언해주셨다. 그 말씀을 참고해 에탄올 1병(250㎖)과 알로에젤 50㎖를 섞었다.

그런데 일단 잘 섞이지 않고 많이 묽었다. 또한 손에 발라보니 소주 4병을 마신 후 느낄 법한 숙취감이 들었다. 이건 아니란 판단이 빠르게 섰다. 추가로 알로에젤 50㎖ 투입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2.5대1(에탄올 대 알로에젤) 비율의 'A실험제품'이 만들어졌다. A는 손등에 바르자 곧바로 흘러내리듯 묽었고 알코올 특유의 향이 코를 찌르듯 강했다. 알로에 비율을 더 높이기로 결정했다. 에탄올을 125㎖로 줄이고, 알로에젤 100㎖를 섞어 1.25대1의 B실험제품을 완성했다. 투명액체에 가까웠던 A와 달리 B는 액체 사이로 점성의 물질들이 눈으로 관측될 만큼 질감이 생겼다. 비교군으로 준비했던 63% 시중 손세정제보다 묽었지만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췄다. 마지막으로 에탄올 100㎖와 알로에젤 100㎖를 섞은 1대1 비율의 'C실험제품'의 조제를 마쳤다. B제품군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기대와 달리 알코올 냄새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 과장을 좀 더 보태 손세정제보다는 휘발성이 강한 알로에젤 제품에 좀 더 가깝다는 품평도 나왔다.
완성된 DIY 손세정제 실험제품.이미지 크게보기
완성된 DIY 손세정제 실험제품.
블라인드 테스트의 깜짝 놀랄 결과



이처럼 제작을 마치고, 편집국 기자들과 직원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피실험자에게 눈을 가리고 A, B, C와 시중제품 D를 무작위로 차례대로 발라보도록 했다. 아무래도 에탄올과 글리세린을 주재료로 해서 잘 만들어진 기존 제품을 쉽게 맞힐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놀라지 마시라. 피실험자 5명 중 진짜 시중 제품이 무엇인지 맞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시중 제품 역시 성분과 비율에 따라 점성이나 촉감이 다를 수 있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였지만 그래도 에탄올과 알로에만 그냥 섞은 실험제품과는 확연히 구별될 것이란 예상은 무참히 깨졌다. 그렇다. 직접 만들어도 일반인들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굳이 추천한다면, B와 C 사이, 즉 알코올과 알로에의 비율이 1.25대1과 1대1 사이 정도면 시중 제품과 크게 차이가 없는 듯하다.
촉감만으로 시중 제품을 구별해보라는 블라인드 테스트. 시중제품을 한번에 맞춘 피실험자는 놀랍게도 없었다.이미지 크게보기
촉감만으로 시중 제품을 구별해보라는 블라인드 테스트. 시중제품을 한번에 맞춘 피실험자는 놀랍게도 없었다.

이제 문제는 효과와 부작용이다. 일단 경력 수십 년에 빛나는 현직 약사님께서 직접 본인이 사용하고 있다며 효과를 보증했다. 언론인의 사명을 갖고 보다 확실한 검증에 나섰다. 그렇게 전문가에게 물었다. 김경우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핵심원료인 알코올이 단백질이나 지방을 분해하는 기능은 이론적으로 DIY 제품에도 동일하다"며 "큰 문제가 없지만 판매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알코올 성분에 자주 노출되면 반대로 피부가 잘 손상되고 갈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이는 시중 제품도 마찬가지니 보습을 잘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손세정제를 구할 수 없다면, 임시방편으로 쓰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성공이다.
전문가는 손세정제의 경우 일단 집에서 사용해도 성능상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이미지 크게보기
전문가는 손세정제의 경우 일단 집에서 사용해도 성능상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30초면 만든다는 DIY 마스크



취재를 하는 와중에 제주도에서 흥미로운 소식이 날아왔다. 제주도와 지역 민간봉사단체가 품귀 현상을 보이는 마스크를 직접 제작해 공급하겠단 계획을 밝힌 것. 제주도는 새마을부녀회와 힘을 합쳐 키친타월을 이용한 1회용 마스크 10만개를 자체 제작해 배부하겠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서 키친타월로 만든 DIY 마스크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출처=매일경제이미지 크게보기
제주도에서 키친타월로 만든 DIY 마스크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출처=매일경제 그래서 또 만들어봤다. DIY 1회용 마스크. 재료비 3000원에 약 100장은 족히 만들 수 있는 물량. 만드는 방법은 손세정제보다 더 간단하다. 일단 키친타월 2장을 겹쳐 펼친다. 이후 종이부채처럼 앞뒤 방향을 번갈아가며 키친타월을 접는다. 그렇게 잘 접힌 일(一)자형 키친타월 양쪽 끝에 고무줄을 끼운 뒤 살짝 말아 스테이플러로 마감을 해주면 끝.
부채처럼 각을 잡아 접으면 일단 입과 코를 막기 위한 몸체부분이 완성된다.이미지 크게보기
부채처럼 각을 잡아 접으면 일단 입과 코를 막기 위한 몸체부분이 완성된다. 약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양쪽 고무줄을 귀걸이로 삼고, 가운데 접혀 있는 키친타월을 펼치면 엉성하게 마스크 모양을 갖춘다. 다만 머리가 크다면 키친타월을 가능하면 대형 사이즈로 준비하길 권한다. 자칫 사이즈가 맞지 않을 경우 코만 겨우 가리거나, 쉽게 찢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간소했던 제작과정만큼 결과물의 모양새도 꽤 엉성했다. 일단 키친타월 특성상 제작과정에서 생긴 먼지들이 많았고 용도대로 쓰이지 않은 고무줄은 귀에 꽉 끼여 불편했다. 정말 입과 코를 꼭 외부와 차단시켜야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있다면 써야겠지만 웬만하면 안 쓰는 게 낫겠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만약 기자라면 이걸 쓰기보단 3000원을 주고라도 비싼 마스크를 쓰기를 권장한다. 김 교수 역시 "마스크의 핵심은 얼마나 먼지를 거르고 외부 오염으로부터 기관지를 지켜주냐는 것이다"며 "그렇다 보니 손세정제와 달리 키친타월이 그런 기능을 해줄 수 있을지는 보장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말 그랬다.
실제 착용해보니 입과 코를 보호하긴 했지만 귀가 매우 아팠다.이미지 크게보기
실제 착용해보니 입과 코를 보호하긴 했지만 귀가 매우 아팠다.
도전하라, 우리의 몸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맥주 한 입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기자에게 DIY 손세정제 만들기는 큰 부작용을 가져왔다. 과한 알코올 향 노출 때문인지 제작과정이 거듭되면서 얼굴이 새빨갛게 상기된 것이다. 마시지 않고 향으로만 얼굴이 빨개진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얼굴은 빨개졌지만 저렴한 가격에 임시방편으로라도 쓸 수 있는 손세정제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다. 손세정제가 없어 불안한 여러분, 1만원짜리 지폐 하나 들고 근처 약국에 들르시라. 에탄올 한 병과 글리세린 한 병, 없으면 알로에 한 통이면 감염 예방을 위한 나만의 손세정제 하나는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그와 더불어 당분간은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공공장소를 피하고, 외출 후 손과 발을 깨끗이 비누로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절대 메탄올을 사서 섞으시면 안 된다. 메탄올은 독극물이니 같은 알코올이 아님을 명심하시길.

디지털콘텐츠부 추동훈 기자



*관련 유튜브 영상기자가 직접 손세정제, 마스크 만들어 봤습니다!



*제보 및 추적=chugi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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