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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에도...美연준 '마이너스 금리' 왜 피하나?

입력 2020.05.20 15:57:00 수정 2020.05.24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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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296]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몇 달간 잘해왔지만 단 한 가지에서 그와 의견이 다르다. 바로 마이너스 금리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재차 압박했다. 이틀 전 "다른 나라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혜택을 얻고 있다면, 미국도 이 선물(마이너스 금리)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 데 이어 압박 수위를 높였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0~0.25%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경제에 암운이 몰아치자 지난 3월 '제로 금리'로 내렸다. 이보다 더 내려 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요구다.

파월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팬이 많다는 건 알고 있으나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한 상태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와 파월은 왜 부딪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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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 '마이너스 금리'가 최종병기?

마이너스 금리의 정책 목표는 경기 부양이다. 주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거래에 적용되는 예치금 금리(수신 금리)를 내려 목적을 달성한다. 예치금 금리가 0% 밑으로 내려가면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보관료'를 내야 한다. 여윳돈을 쌓아두는 대신 가계나 기업에 적극적으로 대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론상 대출이 늘면 소비·투자 활성화로 이어진다. 시중 통화 공급이 늘어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정부의 재정정책 여력도 커진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면 추가 국채 발행에 따른 비용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다 저렴하게 재원을 마련해 경제 띄우기를 목표로 갖가지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 개념은 '비주류'로 평가되어 왔다. 정책의 유효성이나 파급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금융시스템에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았다. 금리의 하한(下限)은 제로(0)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2012년 덴마크가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실험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디플레이션을 못 벗어나는 국가들이 정책 실험에 나선 것이다. 2014년 유럽중앙은행(ECB)이 그 뒤를 따랐고 스위스·스웨덴(2015년), 일본(2016년)도 동참했다. ▲ "효과는 제한적"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에 대한 시장의 우려 중 하나는 은행 수익성 악화다. 마이너스 이자 부담으로 이자수익은 감소하는 반면, 개인·기업에 마이너스 예금 금리를 적용하기 쉽지 않아 순이자 마진이 축소되는 것이다. 이자로 돈을 못 벌게 된 은행은 그 비용을 가계나 기업 대출에 전가해 대출금리의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 대출을 확대하려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오히려 대출 위축의 주범이 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 여파로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경우 '펀드런(고객자금 인출)'을 유발하는 등 단기 금융시장도 쪼그라들 수 있다.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이 고갈됐다는 시장의 인식이 커지면서 경제 활동 심리가 얼어붙을 공산도 크다. 비정상적 통화정책이 오히려 경제 위기감을 조장하고, 역설적으로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독일이나 일본에선 소비 활성화 대신 가계 가처분 대비 저축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 연준의 렌달 크로즈너 전 이사는 "환자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어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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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직접 해보니…'글쎄'

마이너스 정책 실험을 처음으로 포기한 국가는 스웨덴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약 5년간 최저 -0.5%까지 금리를 낮췄지만 뚜렷한 실익 없이 실험을 끝냈다. 2019년 12월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정책금리인 레포 금리를 연 0%로 되돌리며 오히려 "주택시장 과열이란 부작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를 시작한 2015년 스웨덴 성장률은 4.4%였지만 이후 2.7%(2016년), 2.1%(2017년), 2.4%(2018년)씩 성장하면서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인플레이션도 1.7%에 그쳐 목표치 2%를 밑돌았다. 시중에 풀린 자금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집값은 매년 10% 안팎 급등했다. 집값 거품과 늘어난 가계부채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와 닮았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유로존을 관장하는 ECB에서도 별 다른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 3월 발행된 한국은행 보고서는 ECB의 금리 정책에 대해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기업의 자금조달과 실물경제와 직접 연관이 있는 장기금융시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 '천근만근' 파월의 어깨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에서 내년 미 연준이 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릴 것이라면서 베팅하고 있다. JP모간,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도 마이너스 금리를 기대하는 보고서를 속속 내고 있다.

외신은 특히 '무엇이든 하는 남자' 트럼프가 그의 '희망사항(wish-list)'에 마이너스 금리를 올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대선(11월 3일)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가 하루 빨리 코로나 이전 경제로 되돌리기 위해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전망이다. 연내 'V자형 반등'이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에 힘이 실릴수록 더 조바심을 내며 연준을 압박할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임명한 파월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해임까지 거론한 트럼프가 어느 선까지 넘을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연준의 수장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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