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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퇴사 고민

입력 2020.05.22 16:01:00 수정 2020.05.24 16: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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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보엄마 잡학사전-118] "5년 동안 직장생활 하다가 아이를 낳고 1년간 육아휴직하며 아이를 돌봤어요. 복직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양가 도움 없이 맞벌이 부부로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제가 남편보다 늦게 퇴근하는 까닭에 남편이 아이 어린이집 하원, 목욕, 식사까지 맡아서 하는데 남편이 너무 힘들어서 퇴사를 고민 중이에요. 일하다 그만 두신 분들, 후회 없으신가요?"

자주 가는 온라인 카페에 한 엄마의 고민글이 올라오자 순식간에 30여 개 댓글이 달렸다. 돌이켜보면 젊어서 일자리가 있을 때 일하는 게 좋다는 사람부터 퇴사 후 후회 없다는 사람, 막상 퇴사해보니 다시 일하고 싶다는 사람, 남편 월급이 충분하면 그만두고 싶다는 사람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보니 살림이 엉망이라 하나라도 집중해보자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뒀는데 막상 아이가 커서 '엄마는 왜 일을 하지 않냐'고 묻는다는 댓글, 퇴사해보니 아이는 생각보다 빨리 크고 내 인생이 없어진 것 같아 속상하다는 댓글, 가족을 내려놓을 수 없어 회사를 내려놓았다는 댓글도 있었다. 그만두고 다시 일하고 싶어질 때 직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엄마가 행복해야 행복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 완벽주의자가 되지 않고 둘 다 조금씩 내려놓았다면 좋았을 걸 후회된다 등 주옥같은 조언도 이어졌다.

임신했을 때의 갖은 설움, 직장 내 보이지 않는 차별,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 아이에게 소홀하다는 죄책감 등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퇴사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퇴근 후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고 싶은데 온종일 일하느라 피곤해 거실에 널브러져 있을 때, 공휴일 근무로 정작 주말에도 아이 얼굴조차 볼 수 없을 때, 계속되는 저녁 약속으로 아이들 자는 모습만 볼 때, 일과 가정 어느 하나 충실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 나도 수없이 퇴사를 고민했다.

그럼에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듯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남편의 말 때문이다. 아이들이 엄마를 필요로 하는 순간은 어렸을 때 잠깐일 뿐, 엄마도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내 인생을 포기하는 것은 아이들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남편은 말했다. 그렇다. 아이들이 자라서 엄마가 필요 없어지는 순간이 오면,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포기한 내 인생이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듯한 허무함을 견뎌야 할텐데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누구 엄마가 아닌 내 이름 석 자로 나를 소개하며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내 일을 하는 게 더 좋다.

물론 친정어머니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럼에도 맞벌이 부부 중 왜 남편은 하지도 않는 퇴사 고민을 여자들은 해야 하는 건지 사회에 따져 묻고 싶다. 정부는 알고 있을까. 국어사전에 경력 단절 여성을 줄여 이르는 말인 '경단녀'는 등재돼 있지만 '경단남'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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