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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으로 알았는데 쪽박... 아베가 이지스 어쇼어를 손절한 까닭은

입력 2020.06.29 15:01:00 수정 2020.06.30 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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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AtoZ 시즌2-34] 혼란은 잠시뿐, 빨리 털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을 해나가자는 분위기다. 일본의 이지스 어쇼어 도입 사업 이야기다.

일본이 지난 24일 결국 '이지스 어쇼어'를 2곳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불과 10여 일 전에 고노 다로 방위상이 전격적으로 '사업 중지' 방침을 밝히자 일본 정부가 혼돈에 빠졌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히 완전한 백지화까지 나아갔다.

이지스 어쇼어 도입 사업의 전후와 안팎을 살펴보면 아베 신조 정권이 북한(또는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착오는 있지만 일관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보인다. 2016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를 따져봤더니 상황에 떠밀려 도입을 결정했다가 이를 '손절'하고 결국 아베 총리 신념인 '보통국가'에 다가가는 흐름이 드러난다.

이지스 어쇼어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대탄도탄방어체계(AEGIS)와 미국 레이시온사가 생산하는 SM-3 요격미사일로 구성돼 있다. 보통 이지스구축함이라고 하는 해군 함정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지상에 설치할 수 있게 개량한 것이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이 동해 방향으로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쏴대는 바람에 일본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2017년 8월에 북한이 미사일을 쐈을 때는 일본 전국에 미사일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동해를 넘어온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지는 것은 놀랍지도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일본을 핵폭탄으로 침몰시키겠다"고 협박했다.

현실적 위협을 느낀 일본에서는 사드(THAAD)와 이지스 어쇼어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었는데 2016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본 당국자들이 언론을 통해 이지스 어쇼어를 밀기 시작했다.

일본이 이지스 어쇼어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시점은 2017년 12월 19일이다. 이 결정을 시간상 앞서는 두 가지 큰 일이 있었다. 아베 총리가 가장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같은 해 11월 6일이었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화성 15형' 시험 발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지 3주 남짓 후인 11월 29일이었다. 북한에서는 "일본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이 북한 관영매체에 버젓이 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무기 세일즈'와 북한 미사일을 막아야 한다는 일본 내부의 거센 요구가 차례로 아베 정권에 밀어닥친 시기였다.

일본 정부는 결국 사드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방어 범위도 더 넓은 이지스 어쇼어를 선택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이지스 어쇼어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일본의 선택은 좋게 평가됐다.

그러나 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아키타현과 야마구치현에서 반대가 터져나왔다. 이지스 어쇼어 배치 장소는 2곳 모두 일본 육상자위대 훈련장이다.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지스 어쇼어 때문에 전시 상황이 되면 최우선 공격 목표가 된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레이더 전자파의 안전성 논란도 불거졌다. 아키타현에 있는 훈련장은 인구밀집지역과 불과 수 ㎞ 떨어져 있어서 문제가 더 심각했다.

일본 내에서는 이지스 어쇼어가 일본 본토를 방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하와이와 괌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중간에서 요격하기 위한 무기라는 논란도 있었다. 실제로 아키타와 야마구치 위치를 보면 북한이 도쿄 또는 오사카를 목표로 발사하는 미사일 궤적에서 벗어나 있다.

사업이 진행되면서 예산이 점점 늘어났고 결정적으로 요격미사일 1단 추진체가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고노 방위상이 총대를 메고 이미 2000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손절하기에 이르렀다. 고노 방위상이 6월 10일 오후 늦게 사업 중지를 발표한 후 일본 정부 내 관련 부처는 물론 자위대에서도 혼란과 반발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결정할 당시 방위상이었던 오노데라 이쓰노리 의원은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언론에 싣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혼란에 물타기라도 하듯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론이 일본 정부에서 제기됐다. 아베 총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베 총리의 이 언급은 앞으로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선제적으로 상대방이 미사일을 쏘기 전에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가서 파괴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성비도 좋고 혹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는 데 실패했을 때 자국 영토에 피해가 생길 가능성도 없애준다. 이는 우리나라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적용한 킬체인(나중에 '전략 표적 타격'으로 수정) 방안과 유사한 것이다.

적 기지를 공격한다는 개념 자체가 일본이 전수방위(專守防衛) 한계를 벗어나 군사능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이는 아베 총리 표현을 빌려쓰자면 일본을 '보통국가', 즉 자위대가 아닌 군대를 보유한 국가로 만들자는 정책의 핵심이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반대하는 일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중국이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아베 총리 언급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세상 사람들은 사마소의 마음을 모두 안다"고 답했다. 사마소는 삼국시대를 이뤘던 위나라에서 조조 가문을 보필했던 사마의(사마중달)의 둘째 아들이다. 사마소는 위나라 조씨 황제들에 필적하는 권세를 가지고 언젠가는 스스로 나라를 세울 것이라고 다들 예상했다. 자오 대변인은 "일본 일부 사람은 외부 위협을 핑계로 군사적 제재를 느슨하게 하려 한다"면서 "우리는 일본이 마음을 다해 역사의 교훈을 받아들이고 전수방위 원칙을 충실히 지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임기 내에 평화헌법을 개정해 방어만 할 수 있는 군대를 공격 능력도 보유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자 염원이다. 그는 골치 아픈 이지스 어쇼어와 작별한 뒤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라는 다리를 건너 본인 목표(군대 보유)를 향해 가고 있는 셈이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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