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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이재용 기소문제, 윤석열의 선택

입력 2020.06.30 06:01:00 수정 2020.06.30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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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크게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김세형 칼럼]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말라고 '심의위'가 권고한 대로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기소를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강행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대해 필자는 주요 로펌(Law Firm) 대표와 역대 변호사회 회장 등에게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판단을 의뢰해봤다. 그랬더니 저명한 로펌 대표 몇 사람은 "검찰은 기소를 못 할 것"이라고 했으나 상당수는 "그래도 검찰이 자기방어 차원에서 기소를 감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팽팽하게 전망이 갈린 것이다.

여당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윤석열 총장은 서둘러 기소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년8개월 방대하게 수사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소로 결론냈음을 망각하지 말라. 수사심의위의 의견에 흔들려선 안 된다"고 기소를 독촉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빨리 기소하라"는 성화가 불같다.

윤석열로서는 참 난감한 일이다. 그는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 검찰은 인지수사권, 기소권, 영창청구권이라는 천하무적 3개의 칼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한 권력이 제왕적으로 너무 큰 나머지 스스로 제어할 장치로 2018년 문무일 전 총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장치를 도입했다. 검찰이 막강한 권력 일부를 시민의 손에 되돌려 주기 위한 개혁장치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는 존중한다"고 돼 있을 뿐 미국의 대배심원제처럼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이 제도를 도입한 이래 8건을 심의위에 회부해 그 판단을 100% 수용했다. 그러다가 이번 삼성그룹 톱(top)인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문제라는 엄청난 문제와 맞닥뜨린 것이다. 사실 그 전에는 이런 제도 자체가 있는 줄도 국민들은 몰랐을 것이나 이제 정치권, 재계, 시민단체가 두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어 결정 자체가 역사적 순간이 돼버렸다.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년 8개월을 이어온 이미지 크게보기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년 8개월을 이어온 '삼성 합병·승계 의혹' 수사 중단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로서는 심의위 권고대로 불기소, 수사 중단을 해버리면 매우 쉬운 길이다. 그런데 세상에 그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는가. 윤석열은 2016년 박근혜 탄핵을 겨냥한 박영수 특검 시절 승계구도를 수사하면서 삼성과 일합을 겨뤘다. 그 후 2018년 11월 중앙지검장 시절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회계 부정으로 고발하자 당시 한동훈 3차장과 함께 이 사건을 맡아 두 번째 수사를 했다. 그리고 검찰총장으로 승진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및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승계구도에서 위법성을 따지는 수사를 총괄지휘한 끝에 이달 6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청구를 했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고 이어 심의위는 기소 중지와 수사 중단까지 권고함으로써 윤 총장으로선 3연패(連敗)한 셈이다. 여론 일각에서는 심의위가 실력이 없이 복잡한 사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삼성 측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고 주장하나 말도 안 되는 궤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문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의 사건은 필자라도 중3 학생에게도 5분 내에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하나도 복잡하지 않다. 회계원칙(IFRS)과 합병공식을 구구단 외듯 따라가면 쉽게 나오는 결과일 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크게보기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심의위원으로 참여했다는 한 의원의 말을 빌리면 "투표권을 가진 13명의 위원 가운데 4명은 변호사, 5명은 로스쿨 교수 등 9명이나 말이 됐으면 왜 10대3 일방 스코어로 끝났겠느냐"고 말한다. "검찰 측 설명을 들어보니 이건 억지수사라는 분위기가 완연했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이 기소해도 패소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래도 윤석열의 검찰은 기소를 안 하면 더 궁지에 몰릴 테니 "에라 모르겠다. 법원에 떠넘겨 버리자. 재판이 3심까지 가려면 시간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알게 뭐야"라는 자기 편의주의식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점이 있다. 이건 냉정하게 보면 윤석열에게 플러스가 아닐 수가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지나친 핍박으로 윤석열은 여론의 동정을 사는 측면도 있었다. 4·15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윤석열 퇴진 압박을 지나치게 하는 상황도 그를 을(乙)로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JY 기소문제만큼은 주체(甲)의 위치에 서있다. 여기서 오버하면 재계나 국민여론이 단번에 바뀔 위험이 있다. 그래서 상당수 로펌 대표들은 심의위라는 개혁장치를 무시할 수 없고 여론의 눈이 따가워서라도 "기소를 못 할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 불기소할 경우 이번엔 정부와 여당,시민단체 등 3곳에서 벌떼같이 달려들 것이다. "1년7개월간 방대한 수사를 했고 유죄라고 판단하여 영장까지 쳤지 않느냐"며 "불기소한다면 뭘 보고 수사를 했단 말이냐"며 닦달하면 참으로 난감해지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로서는 불기소로 가면 경제에 플러스가 되는 장점이 있고, 기소를 감행하면 최대 재벌이라도 봐주지 않는다는 진영논리에서 유리해지는 묘한 이중심리가 작용할지 모르겠다.

검찰 내부는 윤석열이 흐지부지 물러나면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 등에서 완패할까 두려울 것이다. 또 한편으론 심의위 권고대로 불기소하면 향후 큰 사건은 모두 심의위에 회부돼 거기서 기소, 불기소가 결정된다면 검찰은 사실상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기소권을 잃게 될 것이다. 이는 검찰에겐 두려운 일이다.

윤석열은 이 진퇴양난의 국면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입장이다. 정답은 뭘까. 그는 정도(正道)를 택할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년8개월 수사를 하면서 회계분식의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했고 처음부터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나 회계학자들이 증선위 고발 자체를 무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물산 주가 억누르기에 대해서도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증선위가 고발한 후 윤석열 수사팀이 증거인멸 부분만 문제 삼고 회계분식은 해당이 안 된다며 일찍이 털어버렸더라면 쉽게 끝났을 사안이었다. 성립도 안 하는 회계부정을 붙들고 있었던 게 실착이었고 이번 심의위에서도 그 부분을 지적받았다.

현시점에서 검찰의 정도는 소영웅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직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벌 총수들을 줄줄이 잡아 넣으면서 거악(巨惡)과 싸워 기소하고 감옥으로 보내는 걸 솔직히 훈장으로 생각해왔다. 그래서 니체는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과 닮지 않도록 경계하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현시점은 코로나가 가져온 경제위기, 미·중으로 나눠서 전 세계가 재편되는 경제패권 전쟁의 한가운데서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미국의 애플·아마존, 중국의 화웨이 톱맨들은 펄펄 날면서 뛰는데 삼성 CEO는 재판에 불려다니면 경쟁이 되겠는가. 윤석열로서는 어느 길로 가든 공격당할 것이다. 본인의 숙명이다.

윤 총장은 큰 것을 봐야 한다. 전국검사장회의 같은 것을 열어서 진지하게 이 문제를 집단적으로 검토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 국면에서 그는 검찰의 이익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앞세우는 판단을 해야 한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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